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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4 전통과 실험소설의 전망

   10년과의 악수 - 김인숙 소설집 '칼날과 사랑'

  소설가 김인숙 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의 데뷔작 '상실의 계절'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이 갓스물의 연세대 1학년생이던 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황순원 선생이 뽑은 이 소설은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젊은이들의 성을 대담하게 그린 작품이었다. 이 소설이 문단에 준 반응은 대단했다. 프랑소와즈 사강이 나타났다고도 했고, 위험하다고도 했다. 여하튼 그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하루아침에 스타로 부상, 출판사들의 경쟁적인 유혹을 받았다.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선배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음해 장편 '핏줄'을 발표해 또 한 번의 화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10년.  80년대의 어두운 시대상황은 재능 있고 여린 대학생 소설가를 예술의 심연에 빠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기박한 투쟁의 현장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사랑얘기나 개인적 고뇌 따위를 쓰는 의식없는 작가라고 손가락질받던 그는 계속되는 학우들의 감옥행으을 보고 제 찬란한 문장과 특징적인 소재를 집어던졌다. 한동안의 침묵을 거쳐 발표한 장편 '79 - 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과 작품집 '함께 걷는 길'은 모두 운동권에 바쳐진 소설들로 주로 민족 문학권에서 조명을 받았다. 파도치는 문장의 탄력을 억제하고 집단화된 고민으로 세상보기를 고집한 그는 저 유명한 데뷔작 '상실의 계절'을 어느 책에도 수록하지 못하고 감췄다. 그 아픔은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지 못하고 골방 속에 가둬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것.  이제야 그는 이 작품과 최근의 중단편을 모아 두 번째 작품집 '칼날과 사랑'(창작과비평사)을 냈다. "비로소 나는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 화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칼날과 사랑' '당신' '한 여자 이야기' '양수리 가는 길' '쌍가락지' '작은 공장' 등 이번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은 운동권 소설에서부터 전교조이야기, 중산층 부부의 일상, 사랑과 배신 등 다양한 소재를 변주한다. 변혁의 열망으로 소리지르던 시대가 끝나고 그 역시 차분히 제 자신의 개성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자신의 감성이 분출하는 것을 억제해 오는 과정에서 얻은 그의 문장은 치장이 없고 빠르다. 평범한 중산층으로 흘러가는 삶을 서사로 잡아내는 단단함도 보여주고 있다. 중편 '당신'은 전교조로 해직된 남편처럼 세상의 큰 것과 싸우지도 못하고 혼자서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안달하며 좁은 세계로 굳어지는 여자의 서글픔을 얘기한다. '양수리 가는 길'은 어딘가에 있을 물안개 피어오르듯 부드럽고 열린 세계를 꿈꾸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빠듯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헤메임을 이제 마치고자 한다. 치열하게 운동을 하지도 못했고 자유롭게 글쓰지도 못했던 지나간 날들이 아프다. 그런 날들을 자양분으로, 지지고 볶는 소설이 아니라 더욱 깊이있게 들끓는 소설이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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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무지렁이 들에게 바치는 연서 - 김소진 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바람의종 200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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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이야기 방식의 다양함 - 심상대 작품집 '묵호를 아는가' 바람의종 200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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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흘러간 것을 뒤돌아보았을 때 - 이용범 소설집 '꿈없는 날들의 긴 잠' 바람의종 2007.04.29
89 악마적 인간성에 대한 메타포 - 윤대녕 소설 '카메라 옵스큐라' 바람의종 2007.04.29
» 10년과의 악수 - 김인숙 소설집 '칼날과 사랑' 바람의종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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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그리운 환멸 - 이순원 장편 '우리들의 석기시대' 바람의종 2007.04.01
85 구원과 운명에 대한 질문 - 이승우 작품집 '세상밖으로' 바람의종 200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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