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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4 전통과 실험소설의 전망

    구원과 운명에 대한 질문 - 이승우 작품집 '세상밖으로'

  창과 어둠에 갇혀 겨울바람 소리를 듣는 밤에는 사막을 달려가는 양떼들이 생각난다.  실타래처럼 엉킨 수만 마리의 양떼들은 천천히 걸으며 길가의 풀을 뜯어먹지만 배가 고파진 양들은 앞으로 뛰어나가고, 앞에서 뛰니까 뒤에서도 따라 뛸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질주하는 양떼의 무리는 끝없이 달리고 달려 사막을 건너고 마침내 해안에 도달한다. 그러나 가속도가 붙어버린 이 맹렬한 질주의 행렬은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앞에 선 양들부터 차례차례로 뒤에서 밀어붙이는 엄청난 힘에 떠밀려 꼼짝없이 바닷속으로 빠져든다. 저 질주의 역사를 반성케 하고, 저 질주의 행위를 구원할 땅은 있는가.

  소설가 이승우 씨의 작품집 '세상밖으로'에 실려 있는 작품들은 인간의 재앙과 그에 대한 구원의 문제를 탐색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표제작 '세상밖으로'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미 많은 작가들이 그러했듯, 곤궁한 이 세상의 밖으로 나가기와 그 과정의 절망하기를 보여준다. 끝내 절망하는 삶은 도대체 어떤 위안을 받을 수 있는가.  '세상밖으로'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 이미 몇 년 전에 발표했던 '일식에 대하여'를 변형, 증식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일식에 대하여'는 평생 어머니를 구박하는 정신병자 아버지를 피해 지방으로 직장을 옮긴 주인공이 그 지방의 산장에 유폐된 한 노인의 과거를 추적하는 형태로 전개돼 있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나 노인은 굴욕과 수치의 원형, 인간 개체의 정통을 형성하나 흉하고 거추장스러운 혹과 같은 존재로 설정돼 있다. (신이 죽었거나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식에 가려 있다)는 마틴 부버의 경구를 대비시킨다면 인간의 원죄를 저지른 아담을 떠올리게 하는 '아버지' '노인'은 제거해낼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부분이다. 이 작품을 증식시킨 '세상밖으로'는 노인이 유폐됐던 그 산에 신선이 산다고 설정한다. 돈을, 욕망을, 권력을 집요하게 강조하는 세상에서의 신선은 허구일 뿐이다. 집단질주의 끝은 죽음이다.  '세상밖으로'와 같은 관점에서 작가는 구원의 문제를 허구성으로는 '아틀란티스'로, 실재성으로는 '그들의 실종'으로 좀 더 명료하게 그려보인다.
  세상에서 지친 인간들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낙원의 섬('아틀란티스')은 실제 인간들이 사회로부터 격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내다버린 유형의 땅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로부터 이탈해 나온 사람은 그 사회로부터 징벌을 받아야 한다. ( '그의 실종'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인간들로 하여금 현실 밖의 다른 세계를 추구하게 하고 이곳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저곳에 희미한 구원의 가능성을 설정하게 하는 것일까. 인간을 저쪽으로 내모는 이쪽의 사정은 그렇게 참을 수 없는 것, 문학은 그 가능성 앞에 닫혀 있는 문일까.  이에 대해 '혹'은 작가가 사유해온 일단의 결과를 들려준다. '혹'에서 재앙은 다시 약혼자의 쌍둥이 남동생으로 설정돼 있다. 안개를 헤치고(세상의 미로구조를 건너) 찾아간 산골마을의 약혼자의 집에는 숨겨둔 약혼자의 쌍둥이 남동생이 겁탈하기 위해 달려든다.  그의 작품 도처에서 발을 거는 재앙은 원초적이고, 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엄연히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소실시킬 수 없는 재앙, 그것의 다른 표현인 혹. 작가는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데 시선을 보낸다.

  그렇듯 쉽게 부전될 수 있는 재앙이라면 사실 별로 끔찍스러울 것도 없겠지. 그런 방식으로 피해버릴 수 있는 정도의 걸림돌이라면 우리의 좌절과 절망은 과장이나 거짓이겠지. 운명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  그 혹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리라는 믿음이 그 순간, 벼락처럼 급작스럽게 그녀를 휘어잡았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구체성을 획득하기까지는 좀더 세심한 시간의 부역이 요청될지도 모른다. 혹, 운명, 그것은 삶의 완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지. 그의 소설은 작은 길을 열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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