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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4 전통과 실험소설의 전망

   장기 복역수들의 첫 세상통로 - 김하기 작품집'완전한 만남'

  어떤 소설은 때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촉매가 되기도 한다. 문학이 현실변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이론은 문학사의 개막과 더불어 영원히 지속되는 논란거리 중의 하나이지만 당위나 이론에 앞서 좋은 작품들은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담당해 왔다. 이인모 노인이 북한의 가족 곁으로 돌아가기까지에는 여러 동인이 작용했지만 김하기 씨의 소설이 환기시킨 영향력은 사회적으로 매우 강력하다. 민족문학권의 촉망을 받으며 92년에 '신동엽창작기금'을 수상한 김씨는 소설집 '완전한 만남'(창작과 비평사)을 통해 비전향 장기수들의 실상을 처음으로 생생하게 알린 작가. 보고문학적 사실성과 차분한 문장의 작품으로 비전향 장기수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사회에 그들에 대한 본격 논의를 확산시킨 계기를 마련한 장본인이다. 지난 80년 부산대 학생이었던 김씨는 5.17 계엄확대 반대시위를 주도, 훗날 비전향 장기수들과 조우하는 결과를 낳는다. 살벌한 계엄 정국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군대에 강집된 그는 부산대학생들이 계획한 이른바 '부림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군수사기관에 체포되기에 이른다.
  그가 처음에 수감된 곳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죄수들이 갇힌 곳이었고 단식투쟁 끝에 이감된 곳이 고대 지하무덤 같은 비전향 장기수들의 특별사동이었다. 그도 남들처럼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 빨갱이와는 지낼 수 없다'고 발버둥쳤지만 꼬박 3년을 비전향 장기수들과, 다음 3년은 전향 장기수들과 보내야 하는 세월이 이어졌다. 그가 그곳에서 본 비전향 장기수들은 비록 사상이 다르고 전향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인간적 측면에서는 고향과 가족이 그리워 한밤내 신음을 흘리는 서글픈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 속에서도 환락을 위해 굴절하지 아니하고 결언처럼 콩 한쪽도 나눠먹는 동지애는 우리사회에서 보기드문 덕목이기도 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김씨는 이들과 이념을 같이하지는 않았더라도 바깥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처참한 실상만큼은 알리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7년 2개월의 감옥살이를 마친 그는 볼펜 한 자루를 간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쓰여진 첫 작품 '살아있는 무덤'이 89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되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곧이어 나온 그의 소설집 '완전한 만남'은 당시 판금조치됐지만 비전향 장기수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인식케 한 탁월한 기록으로 남았다. 그간 작가는 부산에서 13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옥독을 풀기 위해 새벽에는 신문을 배달하면 작품을 써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새정부가 모든 비전향 장기수들을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살아 있는 통일정책을 폈으면 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몇 노인네들을 인도적으로 풀어주는 일, 바로 그런 데서 통일의 싹은 트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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