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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4 전통과 실험소설의 전망

      무엇이 고향을 버리게 하는가 - 김제철 연작 '최후의 땅'

  정치의 풍화작용과 민심의 변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작가 김제철 씨가 그 구체적 테마로 하고 있는 고향상실의 문제는 향수를 넘어서 편가르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고향에 대한 차가운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무형의 집단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역편가르기를 고발하면서 그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 시대의 또다른 뿌리뽑힘을 보여준다.  그는 '그리운 청산''솔레이노의 비가'등을 통해 정치와 현실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면서 '최후의 땅'연작, '감격시대''고향무정' 등에서 더욱 예각적으로 지역이기주의와 고향상실의 비극을 얘기한다.  작가는 이 일련의 작품에서 저급한 삼류정객들의 편가르기 놀음에 휘말려 3. 4. 5. 6공 정권의 고향이 돼버렸고 이제는 'T.K마피아'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집단의 출신지로 통하는 고향 대구, 그곳의 기득권 의식에 맞선다.  짐승인 여우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고향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 예로부터 고향은 항상 포근하고 아늑한 이미지로 인식되었고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고향을 되새기는 것 자체가 그 저의를 의심받게 되면서, 작가는 그때 고향을 버렸음을 아프게 고백한다. '최후의 땅1'은 임종 직전의 아버지가 평온히 잠들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고향에 들른 '나'의 이야기이다.  젊은 날의 아버지가 당신의 힘으로 재산을 모으고 발을 넓혔던 대구 근교. 이제는 유일한 재산으로 남은 그곳의 작은 산을 돌아보면서 '나'는 권력의 울타리를 친 거대한 힘들이 그곳의 산하를 지배한 현실을 깨달으며 그 횡포에 거세당한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  '최후의 땅2, 탈향'은 호적으로만 존재하는 고향, 서류상으로 자신을 묶어놓고 남으로 하여금 판단케 하는 멍에를 자식에게까지 지게 하고 싶지 않아 고향의 호적을 버리는 내용이다.  '최후의 땅3, 사랑니 하나의 사랑'은 고향에 남아 있는 땅을 헐값에 정리, 그쪽 땅은 그쪽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기득권일 수도 있는 그곳의 뿌리를 뽑는다.
  작가의 이 같은 철저한 탈향의식은 작품속에 그 구체적 이유가 녹아 있지는 않지만 그릇된 정치행태가 집단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에 집요하게 반발하는 작가의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런 일련의 작품으로 고향상실의 문제를 일단 정리한 후 '고향무정'에서 정치배들의 편가르기 놀이로 인해 집단적으로 굳어버린 민초들의 오늘을 점검한다. 지난 연대가 잘못됐다는 총론이 도출됐음에도 각론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현실을 질타하면서 작가는 이제 역으로 굳어버린 집단의식에 의해 굳어버린 정치가가 양산되는 세태를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예수의 잠언을 병렬시키며 이 문제가 얼마나 풀기 어렵고 희생이 필요한 것인지를 지적한다. 비단옷을 입은 사람은 환대받고 싶어서, 좌절과 실의의 나날을 사는 사람은 위로받고 싶어서라도 찾게되는 게 고향이리라.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일국의 재상조차 임금에게 치사를 윤허받아 장안의 고대광실을 뒤로한 채 풀냄새 풍기는 시골로 돌아가곤 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그런 고향에서 자신이 경원당하는 듯한 분위기를 감지한 구세주의 심사가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헤아려지는 일이다. 작가는 예수가 고향사람들에게 기적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받는 핍박은 견디기 힘든 고난이긴 할망정 대역사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규정하면서 예수의 잠언에서 인간적 갈등을 잡아낸다. 조금은 궤변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사렛 사람들은 예수를 경원시함으로써 예수로 하여금 대역사를 이루게 했던 것. 오늘 우리의 민심은 어떻게 굳어가고 있는지...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자학으로 끝맺음된다. '죽어서도 난 고향에 돌아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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