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9 16:19

화개 벚꽃 / 도종환

조회 수 8317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화개 벚꽃 / 도종환




화개는 꽃으로 출렁거렸습니다. 구례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청거렸고 진주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건하였습니다. 밀려드는 차량 행렬로 인해 화개를 향해 가는 길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쌍계사 계곡을 향해 올라가는 길도 느린 속도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느린 속도로 벚꽃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벚꽃 길을 전속력으로 달려간다면 어떻게 꽃의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겠습니까.

화개를 향해 가는 동안 내내 동행을 해준 섬진강 물굽이처럼 우리 생도 천천히 곡선을 이루며 흘러가기를 나는 바랍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남아 있는 우리의 생도 섬진강 모래처럼 순하고 부드럽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벚꽃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입니다. 벚꽃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강렬한 향기를 내뿜는 것도 아니고, 탐스러운 꽃송이를 지니고 있지도 않습니다. 모양도 그렇고 향기도 그렇고 그저 잔잔하고 소박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월 화개의 꽃길 속에 서 있으면 우리는 벚꽃이 주는 황홀함에 매료되어 버리곤 합니다. 은은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깊고 화사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화개 사월은 벚꽃으로 아름답게 출렁거리고 우리도 꽃과 더불어 출렁거립니다. 누르고 눌러도 다시 고개를 쳐들고 일어서는 뜨거운 것들이 우리 속에 있음을 압니다. 이것들을 안고 가는 우리 생애가 부디 화려하기보다 은은하게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강렬하기보다 잔잔하게 향기롭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아직도 남은 향기가 있다면 그 향기 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583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12Apr
    by 바람의종
    2010/04/12 by 바람의종
    Views 3808 

    휴(休)

  4. No Image 10Mar
    by 바람의종
    2008/03/10 by 바람의종
    Views 8925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5. 휘파람은 언제 부는가

  6. No Image 19Jan
    by 바람의종
    2010/01/19 by 바람의종
    Views 6442 

    훗날을 위하여

  7. No Image 06May
    by 바람의종
    2012/05/06 by 바람의종
    Views 6050 

    훌륭한 아이

  8. No Image 07Sep
    by 바람의종
    2010/09/07 by 바람의종
    Views 3666 

    훈훈한 기운

  9. No Image 22Jun
    by 風文
    2015/06/22 by 風文
    Views 6085 

    후회하지마!

  10. No Image 28Sep
    by 윤영환
    2009/09/28 by 윤영환
    Views 5570 

    후회

  11. No Image 09Jul
    by 바람의종
    2008/07/09 by 바람의종
    Views 6836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12. No Image 19Jan
    by 風文
    2023/01/19 by 風文
    Views 386 

    회의 시간은 1시간 안에

  13. No Image 02Jan
    by 風文
    2017/01/02 by 風文
    Views 6459 

    회복 탄력성

  14. No Image 23Mar
    by 바람의종
    2009/03/23 by 바람의종
    Views 7185 

    황홀한 끌림

  15. 황무지

  16. No Image 22Dec
    by 風文
    2014/12/22 by 風文
    Views 10137 

    황무지

  17. No Image 31Aug
    by 바람의종
    2009/08/31 by 바람의종
    Views 6587 

    환희

  18. 환기

  19. No Image 13Mar
    by 윤안젤로
    2013/03/13 by 윤안젤로
    Views 9358 

    화창한 봄날

  20.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9/09/18 by 바람의종
    Views 6430 

    화장실 청소

  21.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5217 

    화이부동(和而不同) - 도종환 (119)

  22. No Image 07Dec
    by 바람의종
    2012/12/07 by 바람의종
    Views 10214 

    화를 다스리는 응급처치법

  23.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24. No Image 09Apr
    by 바람의종
    2008/04/09 by 바람의종
    Views 8317 

    화개 벚꽃 / 도종환

  25. No Image 08Dec
    by 風文
    2022/12/08 by 風文
    Views 501 

    화가 날 때는

  26. No Image 13Jan
    by 바람의종
    2012/01/13 by 바람의종
    Views 6602 

    홀로 시골 땅을 지키나요?

  27. No Image 10Oct
    by 바람의종
    2008/10/10 by 바람의종
    Views 7916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