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149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2009년 6월 23일_마흔번째





 





제자가 스승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자네와 결혼할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 ‘미소를 한 600개나 가진 여성입니다.’ 스승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주례를 승낙했다. 미소를 100개도 제대로 못 가진 나는, 그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 어떤 미인이라도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이다.


 


몸이 아플 때나 괴로울 때, 화가 몹시 날 때 한 번도 웃지 않고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나 자신에게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게 된다.


 


웃으면서 아프고 웃으면서 괴로워하고 웃으면서 화를 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생각하면서도,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하나만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는 입으로는 화를 내고 눈으로는 웃으라고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방법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살짝 빌려온다. ‘그동안 우리 집 주차장을 쓰레기장으로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의 쓰레기장 개방을 중단하오니 이 점 널리 양해 바랍니다.’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과 결혼하는 그 남자가,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터득한 움베르토 에코가 부러운 것은 세상의 바보로 살더라도 웃음보를 터뜨리고, 웃음꽃을 피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 필자 소개


 




천양희(시인)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다. 제4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58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669
327 「웃는 가난」(시인 천양희) 바람의종 2009.06.18 5844
326 「우리처럼 입원하면 되잖아요」(시인 유홍준) 바람의종 2009.07.17 6813
325 「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바람의종 2009.06.26 7427
324 「엉뚱스러운 문학교실」(시인 김종태) 바람의종 2009.07.06 7781
323 「쌍둥이로 사는 일」(시인 길상호) 바람의종 2009.07.14 8127
322 「신부(神父)님의 뒷담화」(시인 유종인) 바람의종 2009.08.01 6239
321 「스페인 유모어」(시인 민용태) 바람의종 2009.06.09 7899
320 「세상에 없는 범죄학 강의」(시인 최치언) 바람의종 2009.07.08 7612
319 「성인용품점 도둑사건」(시인 신정민) 바람의종 2009.07.17 9057
318 「사랑은 아무나 하나」(시인 이상섭) 바람의종 2009.08.11 7861
317 「비명 소리」(시인 길상호) 바람의종 2009.07.15 7494
316 「부모님께 큰절 하고」(소설가 정미경) 바람의종 2009.06.10 6600
315 「밥 먹고 바다 보면 되지」(시인 권현형) 바람의종 2009.06.25 8665
314 「바람에 날리는 남자의 마음」(소설가 성석제) 바람의종 2009.05.15 9277
»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바람의종 2009.06.23 6149
312 「만두 이야기_2」(시인 최치언) 바람의종 2009.07.10 6502
311 「만두 이야기_1」(시인 최치언) 바람의종 2009.07.09 6978
310 「똥개의 노래」(소설가 김종광) 바람의종 2009.06.09 6569
309 「니들이 고생이 많다」(소설가 김이은) 바람의종 2009.07.29 7520
308 「누구였을까」(소설가 한창훈) 바람의종 2009.06.12 5249
307 「내 이름은 이기분」(소설가 김종광) 바람의종 2009.06.09 8433
306 「내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요」(시인 조용미) 바람의종 2009.07.10 7822
305 「긴장되고 웃음이 있고 재미있으며 좀 가려운」(소설가 성석제) 바람의종 2009.05.12 7730
304 「그녀 생애 단 한 번」(소설가 정미경) 바람의종 2009.06.09 10078
303 「그 부자(父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바람의종 2009.05.20 80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