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23 11:21

초록 꽃나무 / 도종환

조회 수 10053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초록 꽃나무 / 도종환




꽃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돌아와 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나무는 다시 똑같은 초록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된다
그렇게 함께 서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숲을 이룬다
꽃피던 날은 짧았지만
꽃 진 뒤의 날들은 오래도록
푸르고 깊다
---「초록 꽃나무」전문

매화나무가 초록 잎을 달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과나무도 목련나무도 산벚나무도 다 초록 잎으로 함께 흔들리고 있습니다. 꽃이 피어 있을 때는 꽃만으로 구분이 가던 나무들인데 "꽃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 돌아와 있"습니다. 두충나무 헛개나무 뽕나무와 섞여 있어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꽃나무들은 어쩌면 이렇게 초록에 묻히는 것이 서운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초록으로 하나 되어 섞이면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 그늘을 만들고 /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 숲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 그루의 꽃나무에서 비로소 숲을 이루는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꽃 피던 날은 짧았지만" 나무의 일생 중에는 꽃 진 뒤에 초록 잎으로 지내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초록의 날들이야말로 나무의 생명이 가장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날입니다. 우리가 꽃피던 화려한 날들에만 매어 있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525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4143
2677 축복을 뿌려요 風文 2015.06.29 5932
2676 추억의 기차역 바람의종 2012.10.15 8591
2675 최악의 시기 바람의종 2010.09.14 5388
2674 최악의 경우 바람의종 2010.10.15 4117
2673 최상의 결과를 요청하라 風文 2022.10.15 324
2672 최고의 유산 바람의종 2008.10.11 6576
2671 최고의 보상 바람의종 2012.11.09 9829
2670 촛불의 의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9 7758
2669 초점거리 윤안젤로 2013.03.27 10854
» 초록 꽃나무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23 10053
2667 초능력의 날개 風文 2014.12.15 6717
2666 초겨울 - 도종환 (109) 바람의종 2008.12.23 8117
2665 첼로를 연주할 때 윤안젤로 2013.04.11 9906
2664 체 게바라처럼 바람의종 2012.10.04 8596
2663 청춘의 특권 風文 2013.07.09 12633
2662 청춘의 기억 바람의종 2012.04.30 6556
2661 청춘의 권리 風文 2014.12.28 7563
2660 청춘, 그 금쪽같은 시간 바람의종 2011.01.30 5484
2659 청춘 경영 바람의종 2010.09.27 4173
2658 청소 바람의종 2008.11.03 7448
2657 청년의 가슴은 뛰어야 한다 바람의종 2009.07.13 5454
2656 청년의 가슴은 뛰어야 한다 風文 2014.08.18 9010
2655 청년은 '허리'다 風文 2023.11.14 1299
2654 청년들의 생존 경쟁 風文 2020.07.17 1411
2653 청년들의 생존 경쟁 風文 2023.07.30 7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