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7.18 17:53

배려의 미덕

조회 수 16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배려의 미덕

  서울의 잠실구장에서는 롯데와 빙그레간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배팅볼 투수로써 연봉 600 만 원을 받고 있는 롯데의 무명투수 윤형배 선수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었고 이 날도 3 회까지 무안타로 잘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 회말 빙그레의 공격이 시작되자 이정훈에게 첫 안타를 내주고 결국 무사 만루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 최대의 거포 장종훈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자, 롯데 강병철 감독은 투수 코치 이충순에게 박동희 투수의 컨디션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박동희 투수의 컨디션 OK의 사인을 받고 이충순 코치는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윤형배를 향하여 걸어갔습니다.

  "바꾸러 올라왔다."
  "공 놓는 포인트가 좋습니다. 5 회까지만 기회를 주십시오. 승리투수만 되면 MVP인데 아깝지 않습니까? 1실점이지만 이제 겨우 1안타입니다."

  포수 김선일이 달려와 이충순 코치에게 애원하다시피 말했습니다. 이충순 코치는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윤형배를 차마 바꿀 수 없어 마운드를 힘없이 내려왔습니다.

  "왜 안 바꿔!"

  강병철 감독의 고함이 터져나오자 이충순 코치는 덕아웃으로 가서 그의 팔을 잡으며 조금만 두고 보자고 겸연쩍게 웃었습니다. 그의 짧은 웃음은 절대절명의 위기와 감독의 지시, 그리고 윤형배에 대한 인간적 배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인간의 순수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타자를 땅볼 처리하고 2사 1, 2루가 되자 다시 이충순 코치는 마운드로 올라갔습니다.

  "미안하다."

  공을 건네 주고 윤형배는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코칭 스태프, 동료들이 그를 위로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끝났습니다. 롯데가 이기고 8 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한 기자가 윤형배 투수에게 물었습니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그때는 매우 서운했습니다. 그러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기분 좋을 뿐입니다."

  아무리 비정한 승부세계, 아무리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도 인간적인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롯데의 진정한 우승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 인간적인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12268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05Sep
    by 風文
    2021/09/05 by 風文
    Views 480 

    귀인(貴人)

  4. No Image 05Sep
    by 風文
    2021/09/05 by 風文
    Views 565 

    변명은 독초다

  5. No Image 04Sep
    by 風文
    2021/09/04 by 風文
    Views 400 

    거룩한 나무

  6. No Image 04Sep
    by 風文
    2021/09/04 by 風文
    Views 447 

    논산 훈련소 신병 훈련병

  7. No Image 04Sep
    by 風文
    2021/09/04 by 風文
    Views 467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3. 마음

  8. No Image 04Sep
    by 風文
    2021/09/04 by 風文
    Views 500 

    발끝으로 서기까지

  9.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731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2. 근심,불안

  10.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631 

    오, 라듐 오, 퀴리

  11.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520 

    육체적인 회복

  12.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575 

    빨래를 보면 다 보인다

  13.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544 

    내가 원하는 삶

  14.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787 

    희망이란

  15.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655 

    내려야 보입니다

  16. No Image 20Jul
    by 風文
    2020/07/20 by 風文
    Views 2189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1. 실패

  17. No Image 20Jul
    by 風文
    2020/07/20 by 風文
    Views 2368 

    제주목사 이시방

  18. No Image 20Jul
    by 風文
    2020/07/20 by 風文
    Views 2324 

    남의 실수에서 배운다

  19. No Image 19Jul
    by 風文
    2020/07/19 by 風文
    Views 2080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0. 전체

  20. No Image 19Jul
    by 風文
    2020/07/19 by 風文
    Views 1528 

    마술을 부리는 목소리

  21. No Image 18Jul
    by 風文
    2020/07/18 by 風文
    Views 1395 

    원대한 구상

  22. No Image 18Jul
    by 風文
    2020/07/18 by 風文
    Views 2035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39. 창조성

  23. No Image 18Jul
    by 風文
    2020/07/18 by 風文
    Views 1664 

    배려의 미덕

  24. No Image 17Jul
    by 風文
    2020/07/17 by 風文
    Views 1720 

    청년들의 생존 경쟁

  25. No Image 17Jul
    by 風文
    2020/07/17 by 風文
    Views 1540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38. 변형

  26. No Image 17Jul
    by 風文
    2020/07/17 by 風文
    Views 1687 

    인생은 험난한 항해

  27. No Image 15Jul
    by 風文
    2020/07/15 by 風文
    Views 1610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37. 천국의 문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