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08 12:39

개 코의 놀라운 기능

조회 수 8666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http://koreadaily.com/asp/article.asp?sv=la&src=opn&cont=opn&typ=1&aid=20080505173001100100


개 코의 놀라운 기능


신남식 수의사


 


10여 년 전 겨울 설악산에서 빙벽 타기 훈련을 하던 대학생들이 눈사태를 만나 묻히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생존자의 제보로 사고 지점은 대강 파악되었으나 10m 이상 쌓인 눈 속에 매몰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조대원 300여 명이 며칠간 구조작업을 하였으나 찾아내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훈련된 개를 투입하였다. 긴 탐침봉으로 눈에 구멍을 내고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하였다. 많은 구멍 속에서 개가 반응을 보인 곳을 집중적으로 파 들어가 2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비슷한 시기 야간에 용인지역 산길에서 자동차 전복 사고가 났다. 이튿날 아침 승용차는 비탈에서 발견됐지만 운전자가 없었다. 30명의 경찰이 인근을 한나절 수색하였으나 허사였다. 하지만 개를 투입한 결과 30분 만에 부상한 채로 탈진한 상태의 청년을 발견하였다.

1999년 세계를 놀라게 한 대만의 지진 사태 때는 건물이 붕괴해 어느 위치에 사람이 매몰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가 투입되었다. 장비나 인력으로는 구조작업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개가 정확한 매몰 위치를 알려준 덕분에 2구의 시신을 발굴하였다.

이상의 이야기는 발달한 후각을 이용하여 산악에서 조난되거나 건물 붕괴 시 매몰된 사람을 찾아내는 구조견의 이야기다. 개가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왜 잘 맡는 것일까?

냄새는 콧구멍을 통해 공기와 함께 비강 내로 흡입되어 비강 안쪽에 있는 후각 상피세포를 거쳐 뇌로 연결되어 냄새를 구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는 매우 발달한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개 코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콧잔등은 점액샘에서 분비되는 습기로 인해 항상 촉촉하기에 공기 중 냄새 입자들을 잘 잡을 수 있다. 이 입자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큰 비강 속에 들어와 잘 데워져 후각 상피세포를 더욱 자극하게 된다. 개의 후각 상피세포는 그 표면적이 18~150㎠로 사람의 3~4㎠보다 넓으며 후각 수용체도 사람의 44배인 2억2000만 개나 된다. 그리고 개의 뇌 크기는 사람의 10분의 1 정도지만 냄새를 담당하는 대뇌의 후각 망울 크기는 사람보다 4배나 크다. 산술적으로도 사람보다 100배 이상 좋은 후각이다.

개의 후각은 이러한 해부학적 구조와 함께 탁월한 냄새 배합으로 사람보다 100만 배 이상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신비로운 후각 능력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조견 외에 세관에서 마약을 탐지하는 데 활용하고 검역원에서 불법 농축산물을 검색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의 후각을 이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지키려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의 한 의학연구센터에서는 많은 암환자가 자기가 키우고 있는 개가 마치 뭔가 이상한 것을 탐지해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아오는 것을 보고 암세포를 탐지하는 데 개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간질환자가 발작하기 전에 일어나는 냄새의 변화를 감지하여 미리 알려줌으로써 약을 먹거나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첨단과학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도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따라잡기에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인간이 코로 세상을 읽는 개에게 의존하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5634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4529
152 여린 가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3 7715
151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8977
150 목민관이 해야 할 일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1 7116
149 우산 바람의종 2008.06.19 7149
148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바람의종 2008.06.13 7023
147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바람의종 2008.06.11 7973
146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 바람의종 2008.06.11 5601
145 촛불의 의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9 7789
144 이로움과 의로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7 6814
143 등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2 7862
142 폐허 이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31 8159
141 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바람의종 2008.05.31 6867
140 가장 큰 재산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29 8636
139 느낌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바람의종 2008.05.27 4500
138 매너가 경쟁력이다 바람의종 2008.05.27 5212
137 오늘 다시 찾은 것은 바람의종 2008.05.26 7183
136 초록 꽃나무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23 10070
135 지하철에서 노인을 만나면 무조건 양보하라 바람의종 2008.05.22 7489
134 달을 먹다 바람의종 2008.05.22 6711
133 로마시대의 원더랜드, ‘하드리아누스의 빌라’ 바람의종 2008.05.22 13239
132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라 바람의종 2008.05.22 6890
131 편안한 마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20 7335
130 부처님 말씀 / 도종환 윤영환 2008.05.14 6036
129 내가 행복한 이유 바람의종 2008.05.13 5050
128 찬란한 슬픔의 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09 84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