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029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을엽서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시인의 시 「가을엽서」입니다. 나는 이 시를 시골학교에 근무할 때 어느 여선생님의 책상 유리판 밑에서 보았습니다. 비 내리고 난 뒤부터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나뭇잎이 내려앉는 낮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계절입니다.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이들은 주위에 있는 사람을 경쟁자나 적으로 보지만,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은 자기가 만나는 사람을 사랑으로 봅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이들은 사람들을 하찮게 생각하지만,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보는 이들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높은 곳에서 보면 시시하게 보이는 것도 낮은 곳에서 보면 아름다운 생명의 하나로 보입니다.
  
  높은 곳으로 향하는 이는 자기 주위에 있는 것이 자기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낮은 곳으로 향하는 이는 자기를 희생해 다른 것을 살릴 줄 압니다. 나뭇잎은 떨어져 나무를 살리는 거름이 되거나 다른 작은 생명들을 위해 자기 몸을 내 놓습니다. 다른 것을 위해 제 생명을 나누어줄 줄 압니다.
  
  높은 곳으로만 향하던 나뭇잎들이 가을이면 낮은 곳으로 몸을 내리듯 우리도 자주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사랑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처음 접했던 가을 나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어서 주위를 기웃거리곤 했습니다. 그해는 시골학교에서 참 행복한 가을을 보냈습니다. 한 잎의 낙엽이 되어 그 시골 학교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568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4634
2827 '자발적인 노예' 風文 2019.08.15 547
2826 '작가의 고독'에 대해서 風文 2015.02.09 5831
2825 '잘 사는 것' 윤안젤로 2013.05.15 7183
2824 '저 너머에' 뭔가가 있다 바람의종 2012.01.13 5135
2823 '저 큰 나무를 봐' 바람의종 2010.08.18 3957
2822 '저는 매일 놀고 있어요' 윤안젤로 2013.04.11 7211
2821 '저쪽' 세계로 통하는 문 바람의종 2012.12.11 7349
2820 '정말 이게 꼭 필요한가?' 風文 2020.05.05 522
2819 '정말 힘드셨지요?' 風文 2022.02.13 466
2818 '정원 디자인'을 할 때 風文 2017.12.14 2322
2817 '제로'에 있을 때 風文 2014.10.20 12480
2816 '좋은 사람' 만나기 바람의종 2012.04.16 6594
2815 '좋은 점은 뭐지?' 바람의종 2011.10.25 6320
2814 '좋은 지도자'는... 風文 2020.05.07 452
2813 '지금, 여기' 바람의종 2010.04.17 4179
2812 '지금, 여기' 風文 2015.04.27 4854
2811 '지켜보는' 시간 風文 2017.12.14 2965
2810 '짓다가 만 집'과 '짓고 있는 집' 윤안젤로 2013.03.28 9008
2809 '찰지력'과 센스 바람의종 2012.06.11 8195
2808 '참 좋은 당신' 風文 2014.12.11 7619
2807 '천국 귀' 바람의종 2012.05.03 6057
2806 '철없는 꼬마' 바람의종 2009.05.06 6148
2805 '첫 눈에 반한다' 風文 2019.08.21 461
2804 '충공'과 '개콘' 바람의종 2013.01.11 7982
2803 '친구야, 너도 많이 힘들구나' 風文 2015.01.13 54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