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401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꽃손을 비비며 옹기종기 모여 떠는 들국화나 구절초는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합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산그늘이 들판을 걸어 내려오는 저녁이면 또다시 막막해져 오는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잎이 지는 저녁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563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4557
2827 올가을과 작년 가을 風文 2023.11.10 405
2826 '나'는 프리즘이다 風文 2023.03.02 407
2825 51. 용기 風文 2021.10.09 407
2824 올 가을과 작년 가을 風文 2022.01.09 407
2823 그녀가 당신을 사랑할 때 風文 2022.02.04 407
2822 일단 해보기 風文 2022.06.04 407
2821 아이들의 잠재력 風文 2022.01.12 409
2820 호기심 천국 風文 2022.12.19 409
2819 첫눈에 반한 사랑 風文 2023.04.16 409
2818 달라이라마가 말하는 '종교의 역할' 風文 2020.05.05 410
2817 좋은 관상 風文 2021.10.30 410
2816 사는 게 힘들죠? 風文 2021.10.30 411
2815 피곤해야 잠이 온다 風文 2022.01.30 412
2814 삶을 풀어나갈 기회 風文 2022.12.10 412
2813 6개월 입양아와 다섯 살 입양아 風文 2023.01.10 412
2812 몸은 얼굴부터 썩는다 風文 2022.02.10 415
2811 길을 잃어도 당신이 있음을 압니다 風文 2022.01.09 416
2810 '위대한 일'은 따로 없다 風文 2022.02.10 416
2809 단골집 風文 2019.06.21 417
2808 '그저 건강하게 있어달라' 風文 2022.01.26 417
2807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風文 2022.01.30 417
2806 쉰다는 것 風文 2023.01.05 417
2805 검도의 가르침 風文 2022.02.01 418
2804 동포에게 고함 風文 2022.06.01 418
2803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風文 2023.05.29 41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