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8 16:06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 도종화 (69)
조회 수 8401 추천 수 19 댓글 0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꽃손을 비비며 옹기종기 모여 떠는 들국화나 구절초는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합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산그늘이 들판을 걸어 내려오는 저녁이면 또다시 막막해져 오는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잎이 지는 저녁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5638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4557 |
2827 | 올가을과 작년 가을 | 風文 | 2023.11.10 | 405 |
2826 | '나'는 프리즘이다 | 風文 | 2023.03.02 | 407 |
2825 | 51. 용기 | 風文 | 2021.10.09 | 407 |
2824 | 올 가을과 작년 가을 | 風文 | 2022.01.09 | 407 |
2823 | 그녀가 당신을 사랑할 때 | 風文 | 2022.02.04 | 407 |
2822 | 일단 해보기 | 風文 | 2022.06.04 | 407 |
2821 | 아이들의 잠재력 | 風文 | 2022.01.12 | 409 |
2820 | 호기심 천국 | 風文 | 2022.12.19 | 409 |
2819 | 첫눈에 반한 사랑 | 風文 | 2023.04.16 | 409 |
2818 | 달라이라마가 말하는 '종교의 역할' | 風文 | 2020.05.05 | 410 |
2817 | 좋은 관상 | 風文 | 2021.10.30 | 410 |
2816 | 사는 게 힘들죠? | 風文 | 2021.10.30 | 411 |
2815 | 피곤해야 잠이 온다 | 風文 | 2022.01.30 | 412 |
2814 | 삶을 풀어나갈 기회 | 風文 | 2022.12.10 | 412 |
2813 | 6개월 입양아와 다섯 살 입양아 | 風文 | 2023.01.10 | 412 |
2812 | 몸은 얼굴부터 썩는다 | 風文 | 2022.02.10 | 415 |
2811 | 길을 잃어도 당신이 있음을 압니다 | 風文 | 2022.01.09 | 416 |
2810 | '위대한 일'은 따로 없다 | 風文 | 2022.02.10 | 416 |
2809 | 단골집 | 風文 | 2019.06.21 | 417 |
2808 | '그저 건강하게 있어달라' | 風文 | 2022.01.26 | 417 |
2807 |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 風文 | 2022.01.30 | 417 |
2806 | 쉰다는 것 | 風文 | 2023.01.05 | 417 |
2805 | 검도의 가르침 | 風文 | 2022.02.01 | 418 |
2804 | 동포에게 고함 | 風文 | 2022.06.01 | 418 |
2803 |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 風文 | 2023.05.29 | 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