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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인들Les Anormaux』
에서 푸코는 중세에서 19세기까지 사법권 안에서의 처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인간 괴물’의 여러 가지 유형을 나열하면서 처벌의 방식에 대해 논의 한다. 끔찍하고도 황당했던 과거 사건의 판례들을 살펴보자.









중세에서 18세기에 이르기까지 괴물은 본질적으로 혼합된 것이었다. 동물과 인간이라는 두 계(界)의 혼합으로 소의 머리를 한 인간, 새의 발을 가진 인간, 즉 한마디로 괴물들이었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오면 인간 괴물을 결정하는 테두리는 법이다. 이 공간에서 괴물은 극단적이며 극도로 희귀한 현상으로서 나타난다.

17세기의 범죄는, 그것이 군주를 다치게 하는 한에 있어서 범죄였다. 결국 범죄는 군주의 힘과 육체, 특히 물리적 육체를 침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범죄는 군주의 힘에 대한 대항이고, 군주에 대한 저항이자 반란이었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언제나 덤으로 행해지는 것이고, 그것의 진짜 목적은 군주의 복수, 앙갚음, 힘의 반격이었다.




















우리는 17세기말, 권력의 과잉 의식의 예를 아비뇽의 판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문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사형수는 눈이 붕대로 가려진 채 기둥에 매어졌다. 처형대 주위에는 쇠갈고리가 달린 말뚝들이 세워졌다. 참회 신부는 속죄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가 은총을 내린 후 형리가 도살한 가축을 뜨거운 물에 담글 때 쓰는 거대한 쇳덩이를 온 힘을 다하여 사형수의 관자놀이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죽었다.”
 

그런데 고문이 시작된 것은 바로 이 죽음 직후부터였다. 왜냐하면 고문자가 원하는 것은 죄인의 처벌 그 자체나 범죄의 속죄가 아니고, 영원한 형벌권의 과시적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은 대상이 죽어 없어진 그 순간에 시체에 가혹 행위를 하는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그 불행한 죄수가 쓰러져 죽은 후 바로 그 순간에 형리는 “커다란 칼을 들고 그의 목을 내리쳤다. 그는 온몸이 피로 뒤덮였고, 두 발뒤꿈치에서부터 신경줄을 쪼개고, 이어서 배를 가르고 심장, 간, 비장, 허파를 끄집어내어 그것을 쇠갈고리에 낀 후 마치 짐승의 그것을 손질하듯 잘게 잘랐다. 볼 수 있는 자는 볼지어다.”

이런 점에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거대한 범죄의 성질 같은 것은 있을 필요도 없고, 있을 가능성도 없다. 범죄와 그 주변 사이의 투쟁, 격분, 악착스러움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앎을 가능케 하는 범죄의 역학은 없다. 범죄 주변에서 범죄에 대해 자신의 세력을 펼치는 권력의 전략이 있을 뿐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범죄성의 병리학적 성격이 문제로 떠오른 것은, 형벌권의 새로운 경제가 범죄에 대한 새로운 처벌 이론 속에서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18세기말에 새로운 형벌권의 경제에 의해 소환된 첫 번째 정신적 괴물은 정치적 범죄자였다.
 

 

당시 왕실 범죄를 다룬 책과 팜플렛을 살펴보면 인간 괴물의 주제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치 하이에나처럼 피에 굶주려 있는 괴물 부부로 묘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녀는 괴물성 특유의 여러 특징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야만적인 식인귀였고 성적으로 방탕했으며 근친상간자 이자 동성애자이다(…)."
 

마리 앙투와네트와 군주가 저 높은 곳에서 사회 계약을 깼다면 민중의 괴물은 저 아래에서였다. 9월 학살을 묘사한 것을 보면 여기에도 방탕과 식인의 모습이 있는데 특히 식인이 방탕보다 우세하다.

여하튼 우리는 언제나 근친상간-식인 풍습이라는 삼지창에 꽂혀 있다. 18세기 이래 우리의 법률-정치적 내재성에 의해 규정된 거대한 외부와 거대한 타자성은 식인 풍습과 근친상간이다. 새로운 형벌권의 경제가 18세기부터 그리기 시작한 인간 괴물은, 왕들의 근친상간과 기아자의 식인풍습이라는 두 커다란 주제가 근본적으로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에 범죄정신의학을 창시한 세 괴물이 있다.

첫 번째 괴물은 자기 딸을 죽여 토막 낸 후 넓적다리를 양배추에 싸서 익혀 먹은 셀레스타의 아내가 있다. 또 한편에는 뱅센 숲에서 두 아이를 살해한 파파부안느 사건이 있다. 이 두 사건의 범인들은 정신의학적 측면의 판결로 뇌관이 제거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웃에 사는 여자아이의 목을 자른 앙리에트 코르니에가 있다. 이 세 괴물은 식인, 참수(斬首), 왕의 시해라는 괴물의 대주제를 분류하고 있다.

이 세 이야기 속에는 식인의 환상과 시해의 환상이 노골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들어 있다. 특히 범죄적 괴물성의 문제를 고착시킨 것은 바로 세 번째 사건, 즉 앙리에트 코르니에 사건이었다.
이 코르니에 사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직 젊은 여자-첫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자기 아이들을 버린 이 여자-는 파리의 여러 가정에 하녀로 들어갔다. 몇 번에 걸쳐 우울증을 표시하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한 후, 어느 날 그녀는 이웃 여자에게 19개월 된 그녀의 어른 딸을 봐주겠다고 자청했다.

이웃 여자는 잠시 망설인 후 허락했다. 앙리에트 코르니에는 여자아이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와 준비해 둔 큰 칼로 아이의 목을 잘라 한 손에는 몸통을, 다른 한 손에는 머리를 든 채로 15분간 가만히 서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를 찾으러 왔을 때, 앙리에트 코르니에는 “댁의 아이는 죽었다”고 말했다. 아이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앙리에트 코르니에는 앞치마에 머리를 싸서 창문 밖으로 던졌다. 곧 잡힌 그녀는 사람들이 “왜 그랬느냐?”고 묻자,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실제적으로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다른 아무 말도 끌어낼 수 없었다.

바로 이 사건들, 이러한 유형의 사건들이 범죄정신의학의 문제를 제기한다기보다는 그것 자체가 범죄정신의학을 구성한다. 새로운 형사 제도에서 사람들은 범죄를 아래서부터 떠받치고 있는 이해의 차원에서 범죄자를 처벌한 것이다.

그러나 결코 하나의 처벌이 죄를 속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의 처벌이 하나의 범죄를 존재하지 않았던 듯이 만드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반면 지워질 수 있는 것은 범죄자의 범죄를 이미 유발했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이와 유사한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그 이해의 메커니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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