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19 08:59

용서

조회 수 6540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용서

언어예절

잘못을 너그러이 봐 줄 것을 빌었을 때 기대하는 반응이 용서다. 받아들이고 씻어주는 일이다. 이는 마음 문제여서 고갱이 말은 극히 소박하다. 벌을 받아 마땅한 잘못도 연유를 먼저 밝혀 무겁게 사과하면 책임을 덜거나 마음이 풀릴 수 있다. 말로써 천냥 빚을 갚는다는 얘기는 과장이되 그럴싸하다.

사과가 그렇듯 용서는 힘센 쪽의 덕목만은 아니다. 이해하며 너그러이 삭이고 넘어갈 수 있다면 그가 곧 윗길이 된다. 뉘우치도록 짚고 헤아리지 않는 용서는 포기와 같은데, 헤아림과 챙기기가 보통 수고로운 일은 아니다.

그 갈래로 묵은 용서, 제때 용서, 말뿐인 관용, 감싸고 두둔하기, 종교적 용서 …들에다 개인·집단·종족·나라 등 주체도 갖가지다. 개인은 수양의 폭과 깊이, 집단은 역사·문화·품성에서 정도차가 난다.

용서는 사과를 전제로 한다. 예컨대 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참담한 삶을 사는 팔구십 노인들에게 묵은 잘못을 빌지 못하는 일본 정부는, 그쪽의 낱낱 사람 됨됨이와 상관없이 애꿎은 후손까지 용서받지 못할 족속으로 남긴다. 사과가 먼저다.

사람 사이에서 어른 곧 어버이 쪽, 신과 인간 사이에서는 신의 덕목이자 영역에 든다. 허투루 용서하면 후레자식을 만들고, 관대함이 지나치면 나라 기강이 흔들린다.

“죽여 주시옵소서!,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는 낡은 말이지만 몹시 다급할 때 쓴다. 법에도 관용과 감형, 사면·복권 등 용서하는 절차가 있다.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들이 해를 보지만 마지막 심판과 용서도 그들의 몫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Date2023.02.04 By風文 Views8542
    read more
  2. 친구야 너는 아니

    Date2015.08.20 By風文 Views97816
    read more
  3. 길 떠나는 상단(商團)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9023
    Read More
  4. 여린 가지 / 도종환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7773
    Read More
  5.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Date2008.06.24 By바람의종 Views7659
    Read More
  6. 빈 병 가득했던 시절

    Date2008.06.27 By바람의종 Views6023
    Read More
  7. 雨中에 더욱 붉게 피는 꽃을 보며

    Date2008.07.01 By바람의종 Views7766
    Read More
  8. 얼굴빛

    Date2008.07.03 By바람의종 Views6502
    Read More
  9. 이장님댁 밥통 외등

    Date2008.07.04 By바람의종 Views8828
    Read More
  10.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Date2008.07.09 By바람의종 Views6912
    Read More
  11.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Date2008.07.09 By바람의종 Views8080
    Read More
  12.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Date2008.07.12 By바람의종 Views6346
    Read More
  13. 벌주기

    Date2008.07.16 By바람의종 Views6298
    Read More
  14. 사과

    Date2008.07.18 By바람의종 Views6470
    Read More
  15. 용서

    Date2008.07.19 By바람의종 Views6540
    Read More
  16. 물음표와 느낌표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7680
    Read More
  17. 온화한 힘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6577
    Read More
  18. 권력의 꽃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10965
    Read More
  19.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8380
    Read More
  20. 개울과 바다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9227
    Read More
  21. 평화의 촛불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7085
    Read More
  22. 임숙영의 책문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6999
    Read More
  23.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10331
    Read More
  24. 유쾌한 시 몇 편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8384
    Read More
  25. 좋은 사람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7873
    Read More
  26. 모기 이야기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8309
    Read More
  27. 독도 - 도종환

    Date2008.07.21 By바람의종 Views689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