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1 18:22

모기 이야기 - 도종환

조회 수 8201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옛날 옛날에 정말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내가 난치병에 걸려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남편은 너무나 슬퍼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내의 관 옆에 힘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도인이 남편을 보고 "100일 동안 매일 아내를 끌어안고 아내에게 너의 따뜻함을 전해주면 그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하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도인에게 감사하며 그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웃사람들이 냄새를 참을 수 없어 하여 남편은 뗏목을 만들어 아내를 싣고 떠났습니다. 그러다 강가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을 받아 손가락을 깨물어 아내의 입속으로 피 세 방울을 떨어뜨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입이 움직이며 꿈에서 깬 것처럼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 착한 청년이 당신을 살리려고 피 세 방울을 빌려줬소. 당신이 이 청년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그냥 피 세 방울만 돌려주면 되오."
  
  할아버지가 아내의 약속과 맹세를 듣고 둘을 고향으로 데려다 주라고 악어 한 마리를 불러주었습니다. 악어와 반나절 정도 가다가 부부는 작은 가게를 찾아 갔고, 그 가게에는 부자인 상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상인은 아내에게 예쁜 보석을 선물로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상인의 말을 듣자 마음이 흔들려 그를 따라 그의 배로 갔습니다. 악어는 남편을 등에 태운 뒤 배를 쫒아갔습니다. 남편은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에게 금 한 봉지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겠네요. 이 금을 받고 돌아가요. 그리고 그날처럼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악어가 "우리 주인님이 남편한테 빚을 돌려주기만 하면 가고 싶은 대로 가도 된답니다." 하고 말하며 피 세 방울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바로 손가락을 찔러 남편에게 피 세 방울을 돌려줬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상인이 여인을 살아나게 하려고 많은 애를 썼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힘겹게 숨을 쉬다가 숨이 끊겨 모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피가 모자란 모기는 항상 사람의 피를 조금씩 몰래 빨아먹고 산답니다.
  
  베트남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은혜를 모르고 고마움을 모르면 어떻게 되는가를 말하려고 만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의사인 마종기 시인은 알을 밴 암컷 모기만 피를 빤다고 해서 모기에게도 동정의 마음을 갖게 했는데, 더운 나라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은 모기를 많이 미워한 것 같습니다. 모기 한 마리만 있어도 잠을 설치게 되는 여름입니다. 아이들에게 부채질해주며 두런두런 모기이야기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08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060
2869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8937
2868 여린 가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3 7692
2867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바람의종 2008.06.24 7617
2866 빈 병 가득했던 시절 바람의종 2008.06.27 5945
2865 雨中에 더욱 붉게 피는 꽃을 보며 바람의종 2008.07.01 7682
2864 얼굴빛 바람의종 2008.07.03 6427
2863 이장님댁 밥통 외등 바람의종 2008.07.04 8741
2862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바람의종 2008.07.09 6798
2861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바람의종 2008.07.09 8000
2860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바람의종 2008.07.12 6259
2859 벌주기 바람의종 2008.07.16 6237
2858 사과 바람의종 2008.07.18 6382
2857 용서 바람의종 2008.07.19 6463
2856 물음표와 느낌표 바람의종 2008.07.21 7623
2855 온화한 힘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510
2854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883
2853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188
2852 개울과 바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9089
2851 평화의 촛불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42
2850 임숙영의 책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18
2849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124
2848 유쾌한 시 몇 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306
2847 좋은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776
» 모기 이야기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201
2845 독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78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