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922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책문이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 되는 시험을 말합니다. 대과를 거친 인재들 가운데 33명이 남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탈락하지 않습니다. 다만 등수만 결정될 뿐입니다. 이들이 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 시험이 책문입니다. 왕은 절박한 심정으로 인재를 뽑기를 원했기에 그 시대의 가장 절실한 물음을 던지고 과거에 응시한 사람 역시 목숨을 걸고 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질책하며 답합니다.
  
  광해군 3년에 임금은 선비들의 의견 차이를 조정할 길이 없고 전란을 겪고 살아남은 백성을 소생시키기 위해 시급하게 해야 할 세제문제와 토지문제 등에 대해 대책을 묻는 문제를 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임숙영은 답안지에다 이렇게 씁니다.
  
  "정치적 조치는 반드시 시의에 맞게 해야 하고 인재를 쓰거나 무능한 자를 내칠 때는 반드시 공정한 방법에 따라야 하며, 높은 지위에는 반드시 후덕한 사람을 써야 하고, 모든 관직에는 반드시 유능한 사람을 등용해야 하며, 수령은 반드시 재능 있는 사람을, 장수는 반드시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합니다. (.....) 전하께서는 자기 수양에 깊이 뜻을 두시되, 자만을 심각하게 경계하십시오. 대체로 자만하면 뜻이 날로 교만해지고, 마음이 날로 게을러지며, 덕이 나날이 깎이고, 공이 나날이 무너집니다. 그렇게 되면 만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온갖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전하께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책문에서 임숙영은 책제를 벗어나 왕에게 아첨하는 자와 척족의 횡포와 언로가 막혀서 임금과 신하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등을 격렬하게 비판합니다. 시험을 주관하는 우의정 심희수는 장원으로 급제시키려 했으나 광해군은 진노하여 그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명합니다. 그러자 영의정 이덕형, 좌의정 이항복이 삭과의 부당함에 대해 간절히 변론을 하게 되고 이 파동은 넉 달을 끌다가 결국 시관인 심희수가 벼슬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됩니다. 물론 임숙영은 벼슬길에 오릅니다.
  
  벼슬길로 나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앞에 서 있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 하고 직언하는 기개는 이 나라의 선비정신의 핵심을 이룹니다. 시대는 달라도 시대의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책문의 구절구절을 대통령이나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이들도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104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111
2869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8940
2868 여린 가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3 7697
2867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바람의종 2008.06.24 7619
2866 빈 병 가득했던 시절 바람의종 2008.06.27 5945
2865 雨中에 더욱 붉게 피는 꽃을 보며 바람의종 2008.07.01 7682
2864 얼굴빛 바람의종 2008.07.03 6429
2863 이장님댁 밥통 외등 바람의종 2008.07.04 8746
2862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바람의종 2008.07.09 6798
2861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바람의종 2008.07.09 8003
2860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바람의종 2008.07.12 6259
2859 벌주기 바람의종 2008.07.16 6239
2858 사과 바람의종 2008.07.18 6382
2857 용서 바람의종 2008.07.19 6467
2856 물음표와 느낌표 바람의종 2008.07.21 7627
2855 온화한 힘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512
2854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888
2853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189
2852 개울과 바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9091
2851 평화의 촛불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49
» 임숙영의 책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22
2849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129
2848 유쾌한 시 몇 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311
2847 좋은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778
2846 모기 이야기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201
2845 독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7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