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1 18:01

권력의 꽃 - 도종환

조회 수 10888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부귀와 명예가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권세와 이익과 화려한 명성이 찾아와주기를 바랍니다. 자기가 갖고 있지 못하면 그걸 가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간접적으로라도 누리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부귀공명도 어떻게 얻은 것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덕을 닦고 도덕을 지키면서도 자연히 얻게 된 부귀와 명예는 마치 산이나 숲 속에서 자라나는 꽃과 같아서 뿌리가 깊다고 합니다. 이슬을 마셔 마음껏 튼튼하게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으니 생명 또한 길지요.
  
  큰 공적이나 업적을 세워서 갑자기 얻은 부귀와 명예는 마치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놓은 꽃과 같아서, 마음 내키는 데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혹은 뽑혀 버리기도 하며 때로는 활짝 피어날 수도 있으니 언제 어떤 경우를 당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고 초조하게 보내야 한답니다.
  
  만약 권력을 이용하여 빼앗은 것이라면 마치 화병 속에 잘라다 꽂은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잠시 서서 바라보는 짧은 시간에 시들어 버리고 말게 된다고 합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야기를 황병국 선생이 상세하게 풀이하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권력이 얼마나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며, 또한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물러난 사람일 것입니다. 권력으로 얻은 부귀와 명성이 얼마나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채 몇 달도 되지 않아 손가락질 당하고 물러나 본적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명성과 명예의 뿌리가 깊다는 것은 그가 평생을 다해 그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덕으로 얻은 명성이라서 뿌리가 깊고, 깨끗하게 살면서 얻은 명예라서 부함과 귀함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람이라면 그 부귀명성의 생명력이 길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09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098
2869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8937
2868 여린 가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3 7697
2867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바람의종 2008.06.24 7619
2866 빈 병 가득했던 시절 바람의종 2008.06.27 5945
2865 雨中에 더욱 붉게 피는 꽃을 보며 바람의종 2008.07.01 7682
2864 얼굴빛 바람의종 2008.07.03 6427
2863 이장님댁 밥통 외등 바람의종 2008.07.04 8746
2862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바람의종 2008.07.09 6798
2861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바람의종 2008.07.09 8003
2860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바람의종 2008.07.12 6259
2859 벌주기 바람의종 2008.07.16 6237
2858 사과 바람의종 2008.07.18 6382
2857 용서 바람의종 2008.07.19 6467
2856 물음표와 느낌표 바람의종 2008.07.21 7623
2855 온화한 힘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512
»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888
2853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189
2852 개울과 바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9091
2851 평화의 촛불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49
2850 임숙영의 책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18
2849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129
2848 유쾌한 시 몇 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306
2847 좋은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778
2846 모기 이야기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201
2845 독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7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