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1 18:22

모기 이야기 - 도종환

조회 수 8243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옛날 옛날에 정말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내가 난치병에 걸려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남편은 너무나 슬퍼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내의 관 옆에 힘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도인이 남편을 보고 "100일 동안 매일 아내를 끌어안고 아내에게 너의 따뜻함을 전해주면 그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하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도인에게 감사하며 그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웃사람들이 냄새를 참을 수 없어 하여 남편은 뗏목을 만들어 아내를 싣고 떠났습니다. 그러다 강가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을 받아 손가락을 깨물어 아내의 입속으로 피 세 방울을 떨어뜨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입이 움직이며 꿈에서 깬 것처럼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 착한 청년이 당신을 살리려고 피 세 방울을 빌려줬소. 당신이 이 청년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그냥 피 세 방울만 돌려주면 되오."
  
  할아버지가 아내의 약속과 맹세를 듣고 둘을 고향으로 데려다 주라고 악어 한 마리를 불러주었습니다. 악어와 반나절 정도 가다가 부부는 작은 가게를 찾아 갔고, 그 가게에는 부자인 상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상인은 아내에게 예쁜 보석을 선물로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상인의 말을 듣자 마음이 흔들려 그를 따라 그의 배로 갔습니다. 악어는 남편을 등에 태운 뒤 배를 쫒아갔습니다. 남편은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에게 금 한 봉지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겠네요. 이 금을 받고 돌아가요. 그리고 그날처럼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악어가 "우리 주인님이 남편한테 빚을 돌려주기만 하면 가고 싶은 대로 가도 된답니다." 하고 말하며 피 세 방울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바로 손가락을 찔러 남편에게 피 세 방울을 돌려줬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상인이 여인을 살아나게 하려고 많은 애를 썼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힘겹게 숨을 쉬다가 숨이 끊겨 모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피가 모자란 모기는 항상 사람의 피를 조금씩 몰래 빨아먹고 산답니다.
  
  베트남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은혜를 모르고 고마움을 모르면 어떻게 되는가를 말하려고 만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의사인 마종기 시인은 알을 밴 암컷 모기만 피를 빤다고 해서 모기에게도 동정의 마음을 갖게 했는데, 더운 나라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은 모기를 많이 미워한 것 같습니다. 모기 한 마리만 있어도 잠을 설치게 되는 여름입니다. 아이들에게 부채질해주며 두런두런 모기이야기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34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324
2877 포트폴리오 커리어 시대 風文 2023.08.09 398
2876 남 따라한 시도가 가져온 성공 - TV 프로듀서 카를라 모건스턴 風文 2022.08.27 400
2875 영웅의 탄생 風文 2023.05.26 400
2874 입을 다물라 風文 2023.12.18 400
2873 불안할 때는 어떻게 하죠? 風文 2022.12.17 403
2872 심리치유 과정에서 조심할 일 風文 2023.02.15 403
2871 꽃이 핀 자리 風文 2023.05.22 403
2870 두근두근 내 인생 中 風文 2023.05.26 403
2869 명상 등불 風文 2023.01.07 405
2868 아빠가 되면 風文 2023.02.01 405
2867 갱년기 찬가 風文 2022.12.28 406
2866 아내의 비밀 서랍 風文 2021.10.28 407
2865 다락방의 추억 風文 2023.03.25 408
2864 역사의 흥망성쇠, 종이 한 장 차이 風文 2023.05.12 408
2863 51. 용기 風文 2021.10.09 409
2862 끈질긴 요청이 가져온 성공 - 패티 오브리 風文 2022.08.22 409
2861 제가 그 희망이 되어드릴게요 風文 2023.02.04 409
2860 좋은 부모가 되려면 風文 2023.06.26 409
2859 아르테미스, 칼리스토, 니오베 風文 2023.06.28 409
2858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6. 찾고, 구하고, 묻다. 風文 2021.09.08 411
2857 지혜의 눈 風文 2022.12.31 411
2856 아이에게 '최고의 의사'는 누구일까 風文 2023.11.13 411
2855 수치심 風文 2022.12.23 412
2854 '억울하다'라는 말 風文 2023.01.17 412
2853 실수에 대한 태도 風文 2023.03.08 4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