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963 추천 수 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 등은 유럽의 경관을 대표하는 양식들이다. 이들은 금박, 은박 등의 화려한 재료를 소재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촛불과 빛을 이용한 효과로 미술사에서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이러한 중세 미술의 기반이 되는 철학은 무엇이었을까? 감각론으로서의 미학의 간략한 역사를 통해 살펴보자.
 







어떤 대상의 속성을 알려면 우리가 그것을 느끼는 감각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감각론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게서 본격적으로 얘기가 된다. 그는 감각을 ‘영혼의 기관’이라 불렀다. 영혼을 위한 수단이란 것이다. 그리고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의 네 가지 요소가 감각을 구성하는 것이라 보았다. 그는 시각을 매우 중요한 특권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촉각은 다른 기관과 다르게 그것에 해당하는 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따로 분류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네 가지 요소에 촉각을 더해서 다섯 개의 감각론을 주장하고 이들을 위계적으로 분류했다. 또 기존에 능동적인 지각으로 생각되던 감각을 수용기관으로 규정하고, 감각을 느끼는 것은 직접 접촉을 통하는 것이 아니고, 매질을 통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감각론은 중세로 넘어가면서 변화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보면 중세 감각론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그는 다섯 가지 감각을 은유와 비유, 상징의 수단을 갖고 변주하며 신을 찬양한다. 영원 불변하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은 신을 통해서 드러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의 은총, 신의 섭리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 아우구스티누스에 와서 변화된 중세 감각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세 감각론은 이중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창조한 현재는 한편 아름다운 곳이지만, 단지 스쳐지나가는 곳일 뿐이다. 때문에 신이 창조한 현실 이면에 있는 신의 섭리를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지각된 세상에 대해서 경계하는 한편, 다섯 가지 감각을 육체를 떠난 정신화 된 형태로 신에게 바치는, 초월적인 세계에 주목하게 됐다.












또한 초월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재료에 있어서 매우 세속적이고 감각적인 재료 취향을 보여주었다. 즉, 초월적 세계라는 형이상학을 현실에서 표현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진 미술가들이 결국 물질이라는 재료를 갖고 작업을 해야 했고, 여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금박, 은박 등 광채가 나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가장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면서, 초월적인 해석이 붙는다는 것. 이것이 중세 감각론을 보는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배경에서 나타난 중세 예술은 결국 색채가 화려한 예술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이나 회화가 형(形)을 중요시 했던데 반해, 굉장히 감각적인 색 표현을 통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신학적 의미, 종교적 의미, 초월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예컨대 어두운 로마네스크에서 촛불의 빛이 뻗어 나오는 효과라던가, 스테인드 글라스를 설치하여 자연 채광을 활용한 빛의 향연은 대단히 감각적인 효과를 내면서 어떤 초월적 세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54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417
2902 소금과 호수 바람의종 2008.03.18 7508
2901 이거 있으세요? 바람의종 2008.03.19 8104
2900 비닐 우산 바람의종 2008.03.19 5254
2899 아버지는 누구인가? 바람의종 2008.03.19 7284
2898 Gustav Klimt and the adagietto of the Mahler 5th symphony 바람의종 2008.03.27 13846
2897 들꽃 나리 . 2007.06.26 6611
2896 물처럼 사는것이 현명한 삶이다 1 바람의 소리 2007.08.20 6676
2895 같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 바람의 소리 2007.08.31 8593
2894 지금 시작하고, 지금 사랑하자! 바람의 소리 2007.09.03 7892
2893 이런 인연으로 살면 안 될까요 바람의 소리 2007.09.03 9889
2892 초록 꽃나무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23 10045
2891 오늘 다시 찾은 것은 바람의종 2008.05.26 7173
2890 매너가 경쟁력이다 바람의종 2008.05.27 5200
2889 느낌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바람의종 2008.05.27 4489
2888 가장 큰 재산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29 8628
2887 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바람의종 2008.05.31 6855
2886 폐허 이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31 8118
2885 등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2 7852
2884 이로움과 의로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7 6802
2883 촛불의 의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9 7751
2882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 바람의종 2008.06.11 5596
»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바람의종 2008.06.11 7963
2880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바람의종 2008.06.13 7004
2879 우산 바람의종 2008.06.19 7147
2878 목민관이 해야 할 일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1 710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