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1 18:01

권력의 꽃 - 도종환

조회 수 10893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부귀와 명예가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권세와 이익과 화려한 명성이 찾아와주기를 바랍니다. 자기가 갖고 있지 못하면 그걸 가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간접적으로라도 누리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부귀공명도 어떻게 얻은 것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덕을 닦고 도덕을 지키면서도 자연히 얻게 된 부귀와 명예는 마치 산이나 숲 속에서 자라나는 꽃과 같아서 뿌리가 깊다고 합니다. 이슬을 마셔 마음껏 튼튼하게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으니 생명 또한 길지요.
  
  큰 공적이나 업적을 세워서 갑자기 얻은 부귀와 명예는 마치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놓은 꽃과 같아서, 마음 내키는 데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혹은 뽑혀 버리기도 하며 때로는 활짝 피어날 수도 있으니 언제 어떤 경우를 당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고 초조하게 보내야 한답니다.
  
  만약 권력을 이용하여 빼앗은 것이라면 마치 화병 속에 잘라다 꽂은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잠시 서서 바라보는 짧은 시간에 시들어 버리고 말게 된다고 합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야기를 황병국 선생이 상세하게 풀이하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권력이 얼마나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며, 또한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물러난 사람일 것입니다. 권력으로 얻은 부귀와 명성이 얼마나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채 몇 달도 되지 않아 손가락질 당하고 물러나 본적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명성과 명예의 뿌리가 깊다는 것은 그가 평생을 다해 그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덕으로 얻은 명성이라서 뿌리가 깊고, 깨끗하게 살면서 얻은 명예라서 부함과 귀함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람이라면 그 부귀명성의 생명력이 길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72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748
2923 모퉁이 風文 2013.07.09 11187
2922 風文 2014.10.20 11165
2921 치유의 문 風文 2014.10.18 11157
2920 아흔여섯살 어머니가... 윤안젤로 2013.06.05 11124
2919 라이브 무대 風文 2014.08.12 11089
2918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바람의종 2008.02.29 11065
2917 한숨의 크기 윤안젤로 2013.05.20 11004
2916 여섯 개의 버찌씨 바람의종 2009.05.04 10969
2915 불을 켜면 사라지는 꿈과 이상, 김수영 「구슬픈 肉體」 바람의종 2007.03.09 10959
2914 고통은 과감히 맞서서 해결하라 - 헤르만 헷세 風磬 2006.11.02 10944
2913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 사실은 의사 지망생이었다? 바람의종 2007.02.28 10935
2912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면 바람의종 2008.07.31 10933
»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893
2910 하루 10분 일광욕 風文 2014.10.10 10888
2909 「개는 어떻게 웃을까」(시인 김기택) 바람의종 2009.05.28 10886
2908 '할 수 있다' 윤안젤로 2013.06.15 10870
2907 초점거리 윤안젤로 2013.03.27 10845
2906 밤새 부르는 사랑 노래 윤안젤로 2013.05.27 10843
2905 "'거룩한' 바보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바람의종 2009.03.31 10843
2904 그냥 서 있는 것도 힘들 때 風文 2014.11.12 10761
2903 친애란 무엇일까요? 바람의종 2007.10.24 10741
2902 내 마음 닿는 그곳에 윤안젤로 2013.06.03 10698
2901 깜빡 잊은 답신 전화 윤영환 2013.06.28 10696
2900 사치 風文 2013.07.07 10657
2899 기꺼이 '깨지는 알' 윤안젤로 2013.03.20 105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