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240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안네 프랑크의 일기 

  "다른 여자 아이들과 같은 식으로는 살지 않기로 결심했어.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다른 부인들처럼 살지도 않을 거야. 난 너무 멋있게 태어났거든. 그러니까 이런 위기에서도 웃을 수 있는 거야. 내겐 아직도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 좋은 점들이 많아. 난 젊고, 강하고, 커다란 모험 속에서 살고 있어. 하루 종일 불평만 투덜대면서 살 수는 없지. 난 좋은 운을 타고났어. 난 성격도 좋지, 명랑하고 힘도 세. 매일매일 나는 내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걸 느껴. 해방의 순간이 가까워 오고 있잖아? 자연은 아름답고 인간은 착하고, 그런데 왜 내가 절망 속에 빠져 있어야만 하지?"
  
  싱싱한 힘이 느껴지는 이글은 안네 프랑크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쓴 글입니다. 나치의 학살을 피해 식품회사 창고에 비밀문을 만들어 은신처를 마련하고 숨어 지내며 쓴 일기입니다. 안네는 그때 열다섯 살의 어린 소녀였습니다. 안네는 전쟁과 죽음의 공포를 피해 몇 년씩 숨어 살며 느끼는 답답함과 괴로움을 "날개가 부러져 캄캄한 밤에 혼자 둥우리를 지키며 노래를 부르는 새 같은 심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숨이 막힐 듯이 답답한 분위기, 납같이 무겁고 괴로운 마음, 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죽음 같은 고요함을 견디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두렵고 불안하고 답답한 생활 속에서도 안네는 자신을 향해 따뜻하게 속삭입니다. 자신에겐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 좋은 점들이 많다는 것, 젊고, 강하고, 커다란 모험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하루 종일 불평만 투덜대면서 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좋은 운을 타고났다고 말합니다. 거기다 성격도 좋고, 명랑하고 힘도 세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아이들과 같은 식으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위기 속에서도 웃으며 살 줄 아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절망을 이기려고 합니다.
  
  안네의 이런 태도는 같은 또래의 소녀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용기와 감동을 줍니다. 오늘은 학생의 날입니다. 지금 우리는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이런 안네의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1987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1417
1956 암을 이기는 법 윤안젤로 2013.03.25 8535
1955 알고 싶고, 캐고 싶은 마음 바람의종 2010.11.10 2779
1954 안중근은 의사(義士)인가, 테러리스트인가? 바람의종 2007.09.06 14924
1953 안부 인사 바람의종 2011.09.24 3941
1952 안병무 '너는 가능성이다' 中 바람의종 2008.02.17 10676
1951 안무가 風文 2014.12.17 6891
1950 안목 바람의종 2009.07.27 4638
» 안네 프랑크의 일기 - 도종환 (89) 바람의종 2008.11.11 7240
1948 안개에 갇히다 바람의종 2011.01.23 4195
1947 안 하느니만 못한 말 風文 2020.05.06 724
1946 악덕의 씨를 심는 교육 - 도종환 (133) 바람의종 2009.02.20 6803
1945 아흔여섯살 어머니가... 윤안젤로 2013.06.05 11166
1944 아홉 가지 덕 - 도종환 (88) 바람의종 2008.10.31 6062
1943 아하! 실마리를 찾았어요 風文 2022.01.30 781
1942 아플 틈도 없다 바람의종 2012.10.30 8317
1941 아픈 추억 바람의종 2009.12.15 3697
1940 아프지 말아요 風文 2019.08.24 627
1939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세요 바람의종 2011.07.15 4811
1938 아프리카 두더지 風文 2014.12.16 7534
1937 아코모다도르 바람의종 2012.05.14 6430
1936 아침의 기적 바람의종 2009.03.01 5319
1935 아침을 다스려라 바람의종 2013.01.21 7010
1934 아침에 일어날 이유 風文 2022.05.17 1071
1933 아직은 '내 아이'다 風文 2019.08.26 679
1932 아직도 망설이고 계신가요? 바람의종 2010.05.15 342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