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3 08:55
꽃소식 - 도종환 (145)
조회 수 6162 추천 수 15 댓글 0
아침에 집을 나서다 막 피기 시작하는 개나리꽃을 보았습니다. "어, 개나리 피었네!" 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좋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좋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나리꽃이 피었다고 뭘 어찌 해야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백목련 잎이 막 벌어지면서 속에 있던 연한 연두색을 띤 잎이 입을 조금 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하루 이틀만 있으면 백목련도 하얀 등불 같은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백목련이 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훈풍에 가지를 맡긴 채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는 백목련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갑자기 반가운 손님이 들이닥쳤을 때의 심정과 같은 마음으로 꽃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날이 풀리면 한 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은 얼굴로 소리 없이 웃으며
기다리던 그이 문 앞에 와 서 있듯
백목련 배시시 피어 내 앞에 서 있네
(......)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어어 이 일을 어쩌나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개나리꽃 목련꽃 살구꽃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꽃소식」
"어어 이 일을 어쩌나 /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지금 그런 심정으로 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2427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1840 |
1985 | '외계인', 길을 잃어 버렸다 | 바람의종 | 2012.03.23 | 6216 |
1984 | 덕 보겠다는 생각 | 바람의종 | 2012.10.17 | 6212 |
1983 | 그대나 나나 | 風文 | 2015.07.03 | 6212 |
1982 | 상처가 아물 때까지... | 風文 | 2016.12.13 | 6201 |
1981 | 곁에 있어주자 | 風文 | 2017.01.02 | 6201 |
1980 | 삼년지애(三年之艾) | 風文 | 2015.07.08 | 6198 |
1979 | 행복을 전하는 글 | 바람의종 | 2007.12.14 | 6197 |
1978 |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 바람의종 | 2009.06.23 | 6195 |
1977 | 좋을 때는 모른다 | 바람의종 | 2011.09.27 | 6195 |
1976 | 어머니의 한쪽 눈 | 바람의종 | 2008.02.12 | 6194 |
1975 | 젊음 | 바람의종 | 2011.11.26 | 6180 |
1974 | "당신은 나를 알아보는군요" | 바람의종 | 2010.01.14 | 6179 |
1973 | 기뻐 할 일 - 도종환 (124) | 바람의종 | 2009.02.02 | 6178 |
1972 | 그리움 | 바람의종 | 2011.11.02 | 6178 |
1971 | 행복한 부부 | 바람의종 | 2011.07.27 | 6171 |
1970 | 계절성 정동장애 | 바람의종 | 2012.04.13 | 6170 |
1969 | 읽기와 쓰기 | 風文 | 2014.12.07 | 6166 |
1968 | 매력 | 風文 | 2014.12.25 | 6166 |
1967 | 부처님 말씀 / 도종환 | 윤영환 | 2008.05.14 | 6164 |
» | 꽃소식 - 도종환 (145) | 바람의종 | 2009.03.23 | 6162 |
1965 | 당신을 위한 기도 | 바람의종 | 2012.02.20 | 6158 |
1964 | 살아줘서 고마워요 | 바람의종 | 2012.09.20 | 6153 |
1963 | 세상사 | 바람의종 | 2008.11.01 | 6150 |
1962 | 말 한마디와 천냥 빚 | 바람의종 | 2009.05.24 | 6147 |
1961 | 완전한 용서 | 바람의종 | 2011.09.24 | 6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