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03 02:41

얼굴빛

조회 수 6544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얼굴빛

언어예절

몸가짐에서 공손함을 제일로 친다.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로서, 마냥 굽실거리거나 꼿꼿한 것과는 다르다. 어릴 적 숱한 가르침과 배움 끝에 나온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공부로 받쳐 주어야 유지된다. 튀거나 깨뜨리는 언행도 그 바탕에서 성금이 난다.

마음이 얼굴에 비쳐 드러나는 표정이 낯빛·얼굴빛인데, 말하지 않아도 이를 통해 사람 마음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얼굴이 곧 마음의 거울인 셈이다.

굳이 도를 닦는 사람이 아니어도 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이를 어른으로 친다. 살다보면 좋은 일, 궂은일이 겹치기 마련이고, 이를 제대로 건사하자면 자신을 무척 눌러야 하는 까닭이다.

이 덕목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과는 좀 차이가 난다. 솔직함은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점, 진실을 말한다는 점에서 큰 덕목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 아닌 남과 그 처지를 생각해야 하는 쪽에서는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 자칫 ‘막말’로 발전하기도 한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웃는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히죽거리거나 싱겁게 웃거나 하면 실없어지고, 웃음거리가 된다. 웃으면서 뺨치기, 억지 웃음, 거짓 웃음, 비웃음들은 부정적인 쪽이다. 풍자나 우스개는 상품으로 만들어 사고파는 산업 영역이 된 지도 오래다.

언제나 웃음 띤 낯빛으로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 경계하기도 한다. 좋은 얼굴도 얼굴빛도 때와 곳을 가려야 함을 일깨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188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1328
2031 엄마가 먼저 보여줄게 風文 2024.03.26 462
2030 얼음 없는 세상 바람의종 2011.07.16 2984
2029 얼어붙은 바다를 쪼개는 도끼처럼 風文 2023.09.21 695
2028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바람의종 2008.12.06 5720
2027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바람의종 2010.07.04 2598
2026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윤안젤로 2013.03.05 7049
2025 얼룩말 바람의종 2009.05.25 6523
2024 얼굴의 주름, 지혜의 주름 風文 2023.05.28 509
» 얼굴빛 바람의종 2008.07.03 6544
2022 얼굴 풍경 바람의종 2012.08.20 7908
2021 얻음과 잃음 風文 2014.10.20 12592
2020 언젠가 갚아야 할 빚 바람의종 2011.12.26 5088
2019 언제든 자유로우라 바람의종 2010.04.27 3324
2018 언제까지 예쁠 수 있을까? 風文 2015.01.13 6402
2017 억지로라도 밝게 웃자 風文 2020.05.05 772
2016 어중간한 사원 바람의종 2010.10.21 3717
2015 어제보다 더 멋진 오늘의 나 바람의종 2011.02.26 3768
2014 어울림 바람의종 2009.02.01 6465
2013 어울림 바람의종 2010.07.09 3143
2012 어머니의 한쪽 눈 바람의종 2008.02.12 6188
2011 어머니의 육신 風文 2022.05.20 765
2010 어머니의 소리 風文 2014.12.13 5303
2009 어머니의 사재기 바람의종 2007.04.13 6728
2008 어머니의 빈자리 바람의종 2010.07.27 3524
2007 어머니의 기도와 노동 風文 2024.02.08 53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