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605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현대 사회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주체의 출현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는 당연히 철학자들에게도 커다란 관심 중의 하나였다. 일직선적 시간관에 따르면 과거를 원인으로 현재의 결과가 나타나고, 다시 현재를 원인으로 미래가 나타난다. 주체가 먼저 있고 주체의 작용으로 사건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라캉에 따르면 애초에 주체가 존재한 것이 아니다. 주체는 사후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 세 명의 죄수가 있다. 간수 한 명이 와서 세 개의 흰 원반과, 두 개의 검은 원반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죄수들의 등에 흰 원반을 각각 하나씩 붙였다. 죄수들은 자기 등에 붙은 원반을 볼 수는 없지만, 상대방의 등에 붙은 원반이 무슨 색인지 알 수 있다. 간수는 죄수들에게 자기 등에 붙은 원반이 무슨 색인지 가장 먼저 맞춘 사람을 내보내 주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세 죄수는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자기 등 뒤에 흰 원반이 있다고 맞출 것이다. 어떻게?


당신이 죄수 A라 가정해보자. 그리고 ‘내가 만약 검은 원반을 등 뒤에 붙이고 있다면’ 이라고 가정한다. 우선 B의 입장이 되어 자신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붙어 있다고 가정하면, 죄수 C는 즉시 달려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있다. 그렇다면 죄수 B의 등 뒤에는 흰 원반이 달려 있는 것이다. 다시 죄수 C의 입장에서 가정해보자. 나(죄수 A)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고, 죄수 C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고 가정하면, 죄수 B는 즉시 달려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있다. 그러면 죄수 C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는 두 번째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죄수 C의 등 뒤에는 흰 원반이 있는 것이다. 결국 내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는 가정에 따르면 두 죄수가 모두 스스로가 흰 원반임을 알고 달려 나가야 하는데,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바로 내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는 가정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내 등 뒤에는 흰 원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적인 흐름은 죄수 상호 간의 응시-이해-결론의 순서로 진행되지만, 논리적인 흐름은 결론이 이해에 확신을 주고, 이해는 다시 응시에 확신을 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즉 내가 검은 원반을 갖고 있다는 가정(이해)이, 결론에 의해서 확신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라캉이 말하는 논리적인 시간이다. 이처럼 사건이 있을 때 주체는 가장 마지막에 나올 수밖에 없다. 주체가 있기 때문에 말이 있는 게 아니라, 말이 있기 때문에 주체가 있는 것이다. 즉, 당신이 나를 꽃이라 부르는 순간 나는 당신에게 꽃이 되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84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958
2952 사랑 바람의종 2008.03.04 6472
2951 사람, 생명의 노래 바람의종 2008.03.04 6379
2950 새처럼 연약한 것 바람의종 2008.03.06 5524
2949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자 바람의종 2008.03.06 8711
2948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7 7251
2947 '나는 내가 바꾼다'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8 8061
2946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바람의종 2008.03.10 8946
2945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바람의종 2008.03.11 9555
2944 스탈린은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니였다!! 바람의종 2008.03.12 7064
2943 무관심 바람의종 2008.03.12 7962
2942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6964
2941 세상을 사는 두 가지의 삶 바람의종 2008.03.14 7516
2940 고백할게 바람의종 2008.03.14 8590
2939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바람의종 2008.03.15 6512
2938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526
2937 노인과 여인 바람의종 2008.03.16 6507
2936 소금과 호수 바람의종 2008.03.18 7551
2935 이거 있으세요? 바람의종 2008.03.19 8154
2934 비닐 우산 바람의종 2008.03.19 5299
2933 아버지는 누구인가? 바람의종 2008.03.19 7318
2932 오늘을 위한 아침 5분의 명상 바람의종 2008.03.20 8484
2931 Gustav Klimt and the adagietto of the Mahler 5th symphony 바람의종 2008.03.27 13892
2930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181
2929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 바람의종 2008.04.02 8652
2928 다리가 없는 새가 살았다고 한다. 바람의종 2008.04.05 87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