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제1권

  새장처럼 부서진 사랑

  늙은 죄수가 있었습니다. 평생 감옥을 전전했기에 그에게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으며 고독만이 그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늙은 죄수는 감옥 창 밖에 날아온 참새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참새는 매일 죄수가 주는 빵부스러기를 쪼아 먹으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죄수로서 70 평생 처음 느끼는 행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참새에게 정을 쏟은 죄수는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뜹니다. 하지만 지상의 모든 행복이 그러하듯 불행의 여신은 질투의 비수를 꽂기 위해 죄수를 바다 깊숙한 섬으로 이감시킵니다. 참새를 두고 떠날 수 없는 늙은 죄수는 철사 부스러기를 주워다 조그만 조롱을 만들었습니다.  노인은 허술한 조롱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배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죄수들의 밀고 당기는 혼잡 속에 아차 하는 순간 노인의 허술한 조롱이 부숴지고 말았습니다. 놀란 참새는 푸르르 날아올라갔으나 이내 수면으로 푹 떨어졌습니다. 참새가 조롱에서 빠져나와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염려한 노인이 새의 꼬리를 잘랐기에 그 새는 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참새를 건져 달라는 부르짖음은 뱃고동소리에 삼켜지고 애타게 울부짖는 노인의 처절한 사연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찬란한 낙조가 어려 붉게 출렁이는 수면에 팽개쳐져 파닥거리는 작은 새를 늙은 죄수는 난간에 기댄 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것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로티의 "늙은 죄수의 사랑"이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노죄수의 쓰라린 고통을 목격한 간수가 친구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친구는 "좋은 새를 구해서 그 가엾은 죄수에게 줘야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간수는 "소용없는 일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갖다 주더라도 늙은 죄수의 슬픔은 달랠 길이 없어"라고 단언합니다.

  늙은 죄수에게는 그 참새가 아름다운 새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고 오직 사랑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또 사랑이란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있는 성질의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다 마셔 버린 깡통처럼 언제든지 획 던져 버릴 수 있게 편리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늙은 죄수에게 있어서 사랑의 알파와 오메가는 오직 참새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아름다운 새를 준다 해도 그 마음에 뚫린 구멍을 메울 수도 치료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오직 한 길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36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370
2944 스탈린은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니였다!! 바람의종 2008.03.12 6965
2943 무관심 바람의종 2008.03.12 7893
2942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6893
2941 세상을 사는 두 가지의 삶 바람의종 2008.03.14 7452
2940 고백할게 바람의종 2008.03.14 8512
2939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바람의종 2008.03.15 6439
2938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408
2937 오늘을 위한 아침 5분의 명상 바람의종 2008.03.20 8407
2936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044
2935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 바람의종 2008.04.02 8578
2934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바람의종 2008.04.09 18411
2933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학교 바람의종 2008.04.11 5919
2932 소를 보았다 바람의종 2008.04.11 9259
2931 행복한 미래로 가는 오래된 네 가지 철학 바람의종 2008.04.16 7914
2930 행운에 짓밟히는 행복 바람의종 2008.04.16 8095
2929 아배 생각 - 안상학 바람의종 2008.04.17 6451
2928 행복한 농사꾼을 바라보며 바람의종 2008.04.22 8418
2927 교환의 비밀: 가난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바람의종 2008.04.22 6513
2926 마음으로 소통하라 바람의종 2008.04.25 5577
2925 시간은 반드시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바람의종 2008.04.29 7542
2924 원초적인 생명의 제스처, 문학 바람의종 2008.05.06 8698
2923 개 코의 놀라운 기능 바람의종 2008.05.08 8619
2922 내가 행복한 이유 바람의종 2008.05.13 5030
2921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라 바람의종 2008.05.22 6848
2920 로마시대의 원더랜드, ‘하드리아누스의 빌라’ 바람의종 2008.05.22 132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