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제1권

  새장처럼 부서진 사랑

  늙은 죄수가 있었습니다. 평생 감옥을 전전했기에 그에게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으며 고독만이 그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늙은 죄수는 감옥 창 밖에 날아온 참새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참새는 매일 죄수가 주는 빵부스러기를 쪼아 먹으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죄수로서 70 평생 처음 느끼는 행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참새에게 정을 쏟은 죄수는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뜹니다. 하지만 지상의 모든 행복이 그러하듯 불행의 여신은 질투의 비수를 꽂기 위해 죄수를 바다 깊숙한 섬으로 이감시킵니다. 참새를 두고 떠날 수 없는 늙은 죄수는 철사 부스러기를 주워다 조그만 조롱을 만들었습니다.  노인은 허술한 조롱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배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죄수들의 밀고 당기는 혼잡 속에 아차 하는 순간 노인의 허술한 조롱이 부숴지고 말았습니다. 놀란 참새는 푸르르 날아올라갔으나 이내 수면으로 푹 떨어졌습니다. 참새가 조롱에서 빠져나와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염려한 노인이 새의 꼬리를 잘랐기에 그 새는 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참새를 건져 달라는 부르짖음은 뱃고동소리에 삼켜지고 애타게 울부짖는 노인의 처절한 사연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찬란한 낙조가 어려 붉게 출렁이는 수면에 팽개쳐져 파닥거리는 작은 새를 늙은 죄수는 난간에 기댄 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것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로티의 "늙은 죄수의 사랑"이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노죄수의 쓰라린 고통을 목격한 간수가 친구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친구는 "좋은 새를 구해서 그 가엾은 죄수에게 줘야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간수는 "소용없는 일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갖다 주더라도 늙은 죄수의 슬픔은 달랠 길이 없어"라고 단언합니다.

  늙은 죄수에게는 그 참새가 아름다운 새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고 오직 사랑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또 사랑이란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있는 성질의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다 마셔 버린 깡통처럼 언제든지 획 던져 버릴 수 있게 편리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늙은 죄수에게 있어서 사랑의 알파와 오메가는 오직 참새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아름다운 새를 준다 해도 그 마음에 뚫린 구멍을 메울 수도 치료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오직 한 길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250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1385
2944 감사 훈련 風文 2023.11.09 317
2943 11. 아프로디테 風文 2023.11.01 331
2942 흙이 있었소 風文 2023.11.01 504
2941 새벽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風文 2023.11.01 524
2940 아버지의 손, 아들의 영혼 風文 2023.10.19 442
2939 10. 헤파이스토스, 다이달로스 風文 2023.10.18 545
2938 9. 아테나 風文 2023.10.18 365
2937 상처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風文 2023.10.18 473
2936 '건강한 피로' 風文 2023.10.17 479
2935 그대, 지금 힘든가? 風文 2023.10.16 316
2934 파도치는 삶이 아름답다 風文 2023.10.13 352
2933 여기는 어디인가? 風文 2023.10.12 331
2932 서두르지 않는다 風文 2023.10.11 299
2931 쾌감 호르몬 風文 2023.10.11 309
2930 꿀잠 수면법 風文 2023.10.10 335
2929 35살에야 깨달은 것 風文 2023.10.10 301
292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風文 2023.10.09 334
2927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風文 2023.10.09 450
2926 손짓 風文 2023.10.09 502
2925 춤을 추는 순간 風文 2023.10.08 309
2924 교실의 날씨 風文 2023.10.08 328
2923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風文 2023.09.25 422
2922 운명이 바뀌는 말 風文 2023.09.22 529
2921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風文 2023.09.22 384
2920 '건강한 감정' 표현 風文 2023.09.21 3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