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5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3. 지식 버리기

  <가짜를 버리고, 자신의 지혜를, 자신의 이해를 일으켜라.>

  위대한 학자 나로빠가 깨닫기 전의 일이다. 그때 나로빠는 학생수가 만 명이나 되는 큰 대학의 부총장이었다. 그날 나로빠는 제자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온통 경전들과 귀한 책들이 가득하였다. 마침 깜빡 잠이 든 나로빠는 어떤 비젼을 보았는데, 전혀 꿈같진 않은 생생한 것이었다. 비젼이었다. 아주 늙고 추하기 짝이 없는 마녀같이 징그러운 노파가 나타났는데, 너무도 추하여서 나로빠는 몸서리를 쳤다. 마녀같은 노파가 기괴한 입으로 말하기를,

  <나로빠,뭘 하고 있소?>
  나로빠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공부하고 있소>
  <철학, 종교, 인식론, 어학, 논리학 또...>
  <나로빠, 그걸 죄다 이해하시오?>
  <... 그렇소. 모두 이해합니다만>
  <낱말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뜻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노파의 눈빛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로빠는 자신이 완전히 발가벗겨 지는 걸 느꼈다.
  <낱말을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귀같은 노파가 춤을 추며 노랠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파의 징그럽게 추한 모습이 점점 변해가더니 아주 아리따운 모습이 나타나는 거였다. 그걸 보고 나로빠는 얼른 생각했다. "이 여자를 더 행복하게 해줘야지. 더욱 즐겁게" 나로빠는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또 그 뜻도 이해합니다>
  아리따운 모습으로 변해가던 여인이 돌연 노래를 그치고 춤도 멈추었다. 그러더니 슬프게 울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은 다시 추하게 일그러져 갔고 마침내는 전보다 훨씬 더 추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나로빠는 당황하여 물었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나로빠, 그대가 거짓말을 안 하는 훌륭한 하자여서 난 행복했는데, 이제 거짓말을 했으니 슬퍼서 그러오. 나나 그대나 아는바이지만, 그대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지 않던가요>

  순간 비젼이 사라져 갔고 나로빠는 꿈을 깨듯 퍼뜩 눈을 떴다. 나로빠는 이미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는 그 길로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책에 손대지 않았다. 그는 "안"것이다.

  지혜로운 자, 이해하는 자는 언제나 새롭다. 언제나 향기롭다. 뜻을 이해하는 자는 아름다워지고, 말만 이해하는 자는 추해진다. 추해라, 말들은. 아름다워라, 뜻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252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1413
2944 감사 훈련 風文 2023.11.09 322
2943 11. 아프로디테 風文 2023.11.01 335
2942 흙이 있었소 風文 2023.11.01 504
2941 새벽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風文 2023.11.01 524
2940 아버지의 손, 아들의 영혼 風文 2023.10.19 442
2939 10. 헤파이스토스, 다이달로스 風文 2023.10.18 549
2938 9. 아테나 風文 2023.10.18 365
2937 상처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風文 2023.10.18 474
2936 '건강한 피로' 風文 2023.10.17 488
2935 그대, 지금 힘든가? 風文 2023.10.16 321
2934 파도치는 삶이 아름답다 風文 2023.10.13 352
2933 여기는 어디인가? 風文 2023.10.12 331
2932 서두르지 않는다 風文 2023.10.11 299
2931 쾌감 호르몬 風文 2023.10.11 309
2930 꿀잠 수면법 風文 2023.10.10 340
2929 35살에야 깨달은 것 風文 2023.10.10 301
292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風文 2023.10.09 336
2927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風文 2023.10.09 450
2926 손짓 風文 2023.10.09 502
2925 춤을 추는 순간 風文 2023.10.08 309
2924 교실의 날씨 風文 2023.10.08 328
2923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風文 2023.09.25 427
2922 운명이 바뀌는 말 風文 2023.09.22 529
2921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風文 2023.09.22 388
2920 '건강한 감정' 표현 風文 2023.09.21 3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