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2. 수용성

  <해답 구하기를 딱 멈춰 보라.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라. 풀고, 기다리고, 좋은 때를 가져보라>

  한 철학자가 선승을 찾아와서 붓다와 명상과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헐떡이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승이 말하기를,

  <객이 몹시 지쳐 보이는구려. 이 높은 산을 올라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차나 한 잔 하시게>

  철학자는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그의 마음은 온갖 의문들로 들끓었다. 이윽고 주전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고 차 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승은 말하기를,

  <기다리시게. 그리 서둘지 마시게. 혹시 아는가? 차 한 잔 마시노라면 객의 의문들이 싹 풀릴지>

  순간 철학자는 자신이 완전히 헛걸음한 게 아닌 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차 한잔 마신다고 붓다에 대한 내 의문이 어떻게 풀릴 수 있단 말야?' 그러나 그는 너무 지쳐 있으니 차나 한 잔 받아 마시고 산을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생각했다. 이윽고 선승이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기울였다. 찻잔이 가득차고 넘치는데도 선승은 계속 붓는 거였다. 잔 받침대까지 가득 찼다. 한 방울만 더 따르면 마룻바닥으로 넘쳐 흐를 지경이었다. 철학자가 외쳤다.

  <그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잔이 넘치고 받침대까지 넘치는게 안 보이십니까?>

  선승이 말하기를,

  <아항, 객의 모양이 꼭 이렇지. 객의 마음이 꼭 이렇게 의문들로 그득해서 내가 뭘 말해 줘도 들어갈 틈이 없지. 도리어 내가 한 마디라도 해주면 객의 의문들은 넘쳐 흘러 물바다를 이룰 게야. 이 오두막이 객의 의문들로 가득 찰 테지. 돌아가시게. 객의 잔을 싹 비워 가지고 다시 오시게. 우선 객의 속 안에 조금이라도 빈 틈을 내시게>

  이 선승은 그래도 봐줘 가며 하느니, 나한테 오면 어림도 없다. 난 빈 잔도 허락지 않는다. 잔 자체를 박살 내버릴 것이다. 아무리 비워도 잔은 다시 차기 마련이니까. 그대가 아예 있질 않아야 만이 차를 따를 수 있다. 그렇다. 그대가 아예 있질 않으면 차를 따를 필요조차 없다. 아예 있지를 말라. 그러면 모든 존재가 온갖 차원, 온 방향에서 그대의 없음으로 부어질 테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66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676
2948 스탈린은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니였다!! 바람의종 2008.03.12 6970
2947 무관심 바람의종 2008.03.12 7894
2946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6896
2945 세상을 사는 두 가지의 삶 바람의종 2008.03.14 7454
2944 고백할게 바람의종 2008.03.14 8517
2943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바람의종 2008.03.15 6441
2942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414
2941 오늘을 위한 아침 5분의 명상 바람의종 2008.03.20 8410
2940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066
2939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 바람의종 2008.04.02 8579
2938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바람의종 2008.04.09 18420
2937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학교 바람의종 2008.04.11 5920
2936 소를 보았다 바람의종 2008.04.11 9268
2935 행복한 미래로 가는 오래된 네 가지 철학 바람의종 2008.04.16 7921
2934 행운에 짓밟히는 행복 바람의종 2008.04.16 8099
2933 아배 생각 - 안상학 바람의종 2008.04.17 6452
2932 행복한 농사꾼을 바라보며 바람의종 2008.04.22 8423
2931 교환의 비밀: 가난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바람의종 2008.04.22 6517
2930 마음으로 소통하라 바람의종 2008.04.25 5582
2929 시간은 반드시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바람의종 2008.04.29 7546
2928 원초적인 생명의 제스처, 문학 바람의종 2008.05.06 8708
2927 개 코의 놀라운 기능 바람의종 2008.05.08 8631
2926 내가 행복한 이유 바람의종 2008.05.13 5035
2925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라 바람의종 2008.05.22 6854
2924 로마시대의 원더랜드, ‘하드리아누스의 빌라’ 바람의종 2008.05.22 1321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