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534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현대 사회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주체의 출현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는 당연히 철학자들에게도 커다란 관심 중의 하나였다. 일직선적 시간관에 따르면 과거를 원인으로 현재의 결과가 나타나고, 다시 현재를 원인으로 미래가 나타난다. 주체가 먼저 있고 주체의 작용으로 사건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라캉에 따르면 애초에 주체가 존재한 것이 아니다. 주체는 사후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 세 명의 죄수가 있다. 간수 한 명이 와서 세 개의 흰 원반과, 두 개의 검은 원반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죄수들의 등에 흰 원반을 각각 하나씩 붙였다. 죄수들은 자기 등에 붙은 원반을 볼 수는 없지만, 상대방의 등에 붙은 원반이 무슨 색인지 알 수 있다. 간수는 죄수들에게 자기 등에 붙은 원반이 무슨 색인지 가장 먼저 맞춘 사람을 내보내 주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세 죄수는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자기 등 뒤에 흰 원반이 있다고 맞출 것이다. 어떻게?


당신이 죄수 A라 가정해보자. 그리고 ‘내가 만약 검은 원반을 등 뒤에 붙이고 있다면’ 이라고 가정한다. 우선 B의 입장이 되어 자신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붙어 있다고 가정하면, 죄수 C는 즉시 달려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있다. 그렇다면 죄수 B의 등 뒤에는 흰 원반이 달려 있는 것이다. 다시 죄수 C의 입장에서 가정해보자. 나(죄수 A)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고, 죄수 C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고 가정하면, 죄수 B는 즉시 달려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있다. 그러면 죄수 C의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는 두 번째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죄수 C의 등 뒤에는 흰 원반이 있는 것이다. 결국 내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는 가정에 따르면 두 죄수가 모두 스스로가 흰 원반임을 알고 달려 나가야 하는데,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바로 내 등 뒤에 검은 원반이 있다는 가정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내 등 뒤에는 흰 원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적인 흐름은 죄수 상호 간의 응시-이해-결론의 순서로 진행되지만, 논리적인 흐름은 결론이 이해에 확신을 주고, 이해는 다시 응시에 확신을 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즉 내가 검은 원반을 갖고 있다는 가정(이해)이, 결론에 의해서 확신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라캉이 말하는 논리적인 시간이다. 이처럼 사건이 있을 때 주체는 가장 마지막에 나올 수밖에 없다. 주체가 있기 때문에 말이 있는 게 아니라, 말이 있기 때문에 주체가 있는 것이다. 즉, 당신이 나를 꽃이라 부르는 순간 나는 당신에게 꽃이 되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2852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1715
2944 스탈린은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니였다!! 바람의종 2008.03.12 6955
2943 무관심 바람의종 2008.03.12 7880
2942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6884
2941 세상을 사는 두 가지의 삶 바람의종 2008.03.14 7441
2940 고백할게 바람의종 2008.03.14 8501
2939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바람의종 2008.03.15 6424
2938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396
2937 오늘을 위한 아침 5분의 명상 바람의종 2008.03.20 8396
2936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028
2935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 바람의종 2008.04.02 8556
2934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바람의종 2008.04.09 18370
2933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학교 바람의종 2008.04.11 5909
2932 소를 보았다 바람의종 2008.04.11 9250
2931 행복한 미래로 가는 오래된 네 가지 철학 바람의종 2008.04.16 7902
2930 행운에 짓밟히는 행복 바람의종 2008.04.16 8078
2929 아배 생각 - 안상학 바람의종 2008.04.17 6445
2928 행복한 농사꾼을 바라보며 바람의종 2008.04.22 8403
2927 교환의 비밀: 가난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바람의종 2008.04.22 6499
2926 마음으로 소통하라 바람의종 2008.04.25 5567
» 시간은 반드시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바람의종 2008.04.29 7534
2924 원초적인 생명의 제스처, 문학 바람의종 2008.05.06 8686
2923 개 코의 놀라운 기능 바람의종 2008.05.08 8614
2922 내가 행복한 이유 바람의종 2008.05.13 5022
2921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라 바람의종 2008.05.22 6845
2920 로마시대의 원더랜드, ‘하드리아누스의 빌라’ 바람의종 2008.05.22 1319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