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517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 가톨릭 신부가 있었다. 그는 신에 대한 헌신이 깊었으며 아름다운 기도를 하기로 이름이 났다. 어느날 밤 그가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를 드리는데 바깥에서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름날 논과 습지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마치 합창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개구리들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져서 기도를 드릴 수 없게 된 신부는 화가 나서 창밖을 향해 소리쳤다.

"조용히 해, 개구리들아! 내가 지금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단말야!" 신부는 오랫동안 수행을 쌓았고 영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명령을 듣자 개구리들이 당장에 울음을 그쳤다. 또한 다른 벌레들도 겁을 먹고 소리를 죽였다. 주위가 고요해지고 신부는 다시금 한껏 경건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마음안에 어떤 눈부신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바로 신이었다.

신부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여 신이 자기에게 나타난 것에 대해 황홀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신이 신부에게 말했다. "불쌍한 신부여, 나는 조금전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이 나에게 드리는 기도를 듣고 있었다. 모처럼 개구리들의 순수한 기도에 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너의 욕망과 바람을 나열하는 그 순수하지 못한 주문으로 내 귀를 어지럽히기 위해서 개구리들을 침묵하게 했다." 신부는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눈을 뜨고 창밖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개구리들아, 다시 울어라." 그러자 개구리들은 다시금 한여름밤의 별빛 아래서 목청껏 '신에의 기도'를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신부는 그 개구리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이 우주의 알 수 없는 조화를 느끼게 되고 생애 최초로 그는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류시화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549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4351
2952 사랑 바람의종 2008.03.04 6456
2951 사람, 생명의 노래 바람의종 2008.03.04 6364
2950 새처럼 연약한 것 바람의종 2008.03.06 5502
2949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자 바람의종 2008.03.06 8681
2948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7 7232
2947 '나는 내가 바꾼다'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8 8042
2946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바람의종 2008.03.10 8905
»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바람의종 2008.03.11 9517
2944 스탈린은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니였다!! 바람의종 2008.03.12 7034
2943 무관심 바람의종 2008.03.12 7934
2942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6933
2941 세상을 사는 두 가지의 삶 바람의종 2008.03.14 7484
2940 고백할게 바람의종 2008.03.14 8562
2939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바람의종 2008.03.15 6474
2938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489
2937 노인과 여인 바람의종 2008.03.16 6486
2936 소금과 호수 바람의종 2008.03.18 7530
2935 이거 있으세요? 바람의종 2008.03.19 8118
2934 비닐 우산 바람의종 2008.03.19 5270
2933 아버지는 누구인가? 바람의종 2008.03.19 7304
2932 오늘을 위한 아침 5분의 명상 바람의종 2008.03.20 8446
2931 Gustav Klimt and the adagietto of the Mahler 5th symphony 바람의종 2008.03.27 13868
2930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130
2929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 바람의종 2008.04.02 8615
2928 다리가 없는 새가 살았다고 한다. 바람의종 2008.04.05 87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