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462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 가톨릭 신부가 있었다. 그는 신에 대한 헌신이 깊었으며 아름다운 기도를 하기로 이름이 났다. 어느날 밤 그가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를 드리는데 바깥에서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름날 논과 습지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마치 합창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개구리들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져서 기도를 드릴 수 없게 된 신부는 화가 나서 창밖을 향해 소리쳤다.

"조용히 해, 개구리들아! 내가 지금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단말야!" 신부는 오랫동안 수행을 쌓았고 영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명령을 듣자 개구리들이 당장에 울음을 그쳤다. 또한 다른 벌레들도 겁을 먹고 소리를 죽였다. 주위가 고요해지고 신부는 다시금 한껏 경건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마음안에 어떤 눈부신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바로 신이었다.

신부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여 신이 자기에게 나타난 것에 대해 황홀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신이 신부에게 말했다. "불쌍한 신부여, 나는 조금전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이 나에게 드리는 기도를 듣고 있었다. 모처럼 개구리들의 순수한 기도에 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너의 욕망과 바람을 나열하는 그 순수하지 못한 주문으로 내 귀를 어지럽히기 위해서 개구리들을 침묵하게 했다." 신부는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눈을 뜨고 창밖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개구리들아, 다시 울어라." 그러자 개구리들은 다시금 한여름밤의 별빛 아래서 목청껏 '신에의 기도'를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신부는 그 개구리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이 우주의 알 수 없는 조화를 느끼게 되고 생애 최초로 그는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류시화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96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905
2973 사랑 바람의종 2008.02.15 7647
2972 깨기 위한 금기, 긍정을 위한 부정 바람의종 2008.02.15 8564
2971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세계 바람의종 2008.02.16 6497
2970 안병무 '너는 가능성이다' 中 바람의종 2008.02.17 10559
2969 닥터 지바고 중 바람의종 2008.02.18 6492
2968 젊은 날의 초상 中 바람의종 2008.02.19 7979
2967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 그 실체는? 바람의종 2008.02.19 9717
2966 사랑을 논하기에 앞서.. 바람의종 2008.02.20 5963
2965 참새와 죄수 바람의종 2008.02.21 9726
2964 테리, 아름다운 마라토너 바람의종 2008.02.22 8645
2963 <죽은 시인의 사회> 中 바람의종 2008.02.23 8413
2962 나의 아버지는 내가... 바람의종 2008.02.24 7158
2961 죽음에 대한 불안 두 가지. 바람의종 2008.02.25 6825
2960 박상우 <말무리반도> 바람의종 2008.02.27 9814
2959 엄창석,<색칠하는 여자> 바람의종 2008.02.28 11219
2958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바람의종 2008.02.29 11065
2957 '사랑 할 땐 별이 되고'중에서... <이해인> 바람의종 2008.03.01 7249
2956 사랑 바람의종 2008.03.04 6432
2955 사람, 생명의 노래 바람의종 2008.03.04 6339
2954 새처럼 연약한 것 바람의종 2008.03.06 5451
2953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자 바람의종 2008.03.06 8647
2952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7 7159
2951 '나는 내가 바꾼다'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8 7996
2950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바람의종 2008.03.10 8858
»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바람의종 2008.03.11 94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