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1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한 걸음 진보하기 위해서

  1992년 8월 25일 낮 12시 30분, 서울대학 병원에서는 여느 때와는 다른 감동의 집도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눈물을 삼키며 비장한 각오로 집도하고 있는 교수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안구를 떼내어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고, 암세포가 퍼진 것으로 밝혀진 간, 폐, 심장 등의 장기들은 병리학 교실의 연구자료로 쓰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의과대학에 시체를 기증키로 했으니 불의의 사망시 대학병원쪽에 연락 바람'이라는 내용의 유언서를 신분증과 함께 가지고 다닌 서울대 이광호 교수는 이 날 오전 10시 급성 신장암으로 운명했습니다. 그래서 고인의 뜻에 따라, 장남이 자리한 가운데, 후학들을 위하여 몸을 바치고 있는 살신성의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해부학 발전에 몸바쳐 오다 최근 의과대학 해부실험용 시체의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실습에 차질을 빚게 되자 지난 1월 서울 지역 9개 의과대학 해부학과 교수 34 명과 함께 시신을 해부용으로 내놓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로 인한 이 날의 숭고한 집도는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의술 발전을 위해 남긴 스승의 시신을 눈물과 함께 해부했던 것과 똑같이 우리에게 참 삶의 고귀한 가치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기증 의사를 듣고 사체를 손상시키는 것은 우리의 전통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평생을 바쳐온 의학계의 발전에 죽어서까지 이바지하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막내따님의 너무나도 소박하고 애틋한 이야기가 마치 가까운 이웃에서 들리는 듯합니다만, 죽어서까지 남을 위하고, 죽어서까지 할 일을 하는 이들의 용기와 귀한 생각을 우리는 얼마나 닮아가고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분들에게 영원히 갚기 힘든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038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9733
2452 그대와의 인연 바람의종 2010.07.13 3427
2451 그대의 삶은... 바람의종 2008.11.11 6584
2450 그들은 사라지지 않아요 風文 2015.01.13 6842
2449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자 바람의종 2008.03.06 8846
2448 그때는 몰랐다 바람의종 2010.11.03 3298
2447 그때쯤에는 바람의종 2011.12.10 4712
2446 그래도 사랑하라 바람의종 2009.03.14 5176
2445 그렇게도 가까이! 바람의종 2009.05.28 4978
2444 그렇게도 가까이! 바람의종 2012.07.13 7165
2443 그리스신화 게시 중단 風文 2023.11.25 674
2442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風文 2023.10.09 741
2441 그리움 바람의종 2011.11.02 6173
2440 그림자가 웃고 있다 바람의종 2011.11.09 4753
2439 그만큼은 앓아야 사랑이 된다 風文 2020.06.04 1024
2438 그저 꾸준히 노력해 가되 風文 2023.01.08 522
2437 극복할 수 있다! 風文 2020.05.05 650
2436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 - 도종환 (97) 바람의종 2008.11.21 7180
2435 글쓰기 공부 風文 2022.02.01 1083
2434 글쓰기 근육 風文 2022.01.29 509
2433 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바람의종 2008.09.23 5029
2432 금상첨화 風文 2020.05.08 679
2431 금은보화보다 더 값진 것 風文 2019.08.27 636
2430 급체 風文 2019.08.07 630
2429 긍정 에너지 風文 2014.08.06 9245
2428 긍정적 목표가 먼저다 風文 2020.05.02 63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