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8 14:24

참는다는 것 / 도종환

조회 수 8380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참는다는 것 / 도종환




남도에 꽃구경 갔다가 오는 길에 어느 절에 들렀습니다. 신라시대에 인도로부터 불법이 들어왔음을 알려주는 이 절 마당에는 봄풀 사이에 자잘한 봄맞이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꽃이 주는 기운으로 절 마당은 따뜻하였습니다. 봄기운을 담뿍 받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법어 몇 말씀 적힌 오래된 게시물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이 진실한 참음이요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의 참음이다. 자기보다 약한 이의 허물을 기꺼이 용서하고, 부귀와 영화 속에서 겸손하고 절제하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수행의 덕이니 원망을 원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성내는 사람 속에서도 마음을 고요히 가질 것이며 남들이 모두 악행한다고 가담하지 말라. 강한 자 앞에서 참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고,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다."
  
  『아함경』에도 나오는 이 말씀을 한번 읽고 지나치기 아까워 몇 번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기 어려운 것까지 참는 것이 진실하게 참는 것이라고 가르치십니다.
  
  강한 자 앞에서는 말도 못하고 꾹 참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불 같이 화를 내는 우리들은 얼마나 비겁한 사람들입니까.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기로 하였습니다. 아니 그냥 참기보다 허물을 용서하고 절제할 줄 아는 것 또한 그를 위한 일이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내 마음을 불같은 원망과 분노로 태우지 않고 고요하고 평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일은 상대방보다 나에게 더 득이 되는 일입니다.
  
  꽃 구경 절 구경 갔다가 귀한 말씀까지 얻어오니 참으로 복 받은 봄날입니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4494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02Jan
    by 風文
    2018/01/02 by 風文
    Views 3978 

    책을 쓰는 이유

  4. No Image 07Sep
    by 風文
    2023/09/07 by 風文
    Views 602 

    책을 '먹는' 독서

  5. No Image 06Dec
    by 風文
    2017/12/06 by 風文
    Views 2921 

    책 한 권의 혁명

  6.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13/01/28 by 바람의종
    Views 7663 

    찾습니다

  7. 창조적인 삶

  8. No Image 12Feb
    by 바람의종
    2011/02/12 by 바람의종
    Views 4841 

    창조의 순간

  9. No Image 17Aug
    by 風文
    2019/08/17 by 風文
    Views 632 

    창조력

  10. No Image 24Nov
    by 風文
    2014/11/24 by 風文
    Views 7446 

    창조 에너지

  11. No Image 21Jul
    by 바람의종
    2008/07/21 by 바람의종
    Views 8215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12. No Image 01Oct
    by 風文
    2022/10/01 by 風文
    Views 314 

    창의적으로 요청하라 - 미네소타 적십자의 표어

  13. No Image 25Jan
    by 바람의종
    2013/01/25 by 바람의종
    Views 8761 

    창밖의 눈

  14. No Image 21Feb
    by 바람의종
    2008/02/21 by 바람의종
    Views 9757 

    참새와 죄수

  15. No Image 28Apr
    by 바람의종
    2008/04/28 by 바람의종
    Views 8380 

    참는다는 것 / 도종환

  16. No Image 28Jan
    by 바람의종
    2008/01/28 by 바람의종
    Views 7756 

    참기름 장사와 명궁

  17. No Image 20Oct
    by 바람의종
    2008/10/20 by 바람의종
    Views 6500 

    참 좋은 글 - 도종환 (83)

  18. 찰떡궁합

  19. No Image 09May
    by 바람의종
    2008/05/09 by 바람의종
    Views 8361 

    찬란한 슬픔의 봄 / 도종환

  20. No Image 29Nov
    by 風文
    2014/11/29 by 風文
    Views 9110 

    착한 사람 정말 많다

  21. No Image 12May
    by 바람의종
    2010/05/12 by 바람의종
    Views 4807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22. No Image 10Aug
    by 風文
    2019/08/10 by 風文
    Views 538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23. No Image 25Nov
    by 바람의종
    2010/11/25 by 바람의종
    Views 3545 

    차근차근

  24. No Image 21Jan
    by 바람의종
    2013/01/21 by 바람의종
    Views 7318 

    차가워진 당신의 체온

  25. No Image 01Dec
    by 바람의종
    2009/12/01 by 바람의종
    Views 6383 

    차가운 손

  26. No Image 14Dec
    by 風文
    2022/12/14 by 風文
    Views 416 

    차 맛이 좋아요

  27. No Image 15Jun
    by 윤안젤로
    2013/06/15 by 윤안젤로
    Views 13095 

    째깍 째깍 시간은 간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