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23 06:47

초겨울 - 도종환 (109)

조회 수 8166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 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풍경이 쓸쓸해지면 사람도 쓸쓸해집니다. 산과 들이 쓸쓸한 모습으로 바뀌면 마음도 쓸쓸해집니다. 갈참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마다 마음도 그렇게 떨어져 어디론가 날려갑니다. 나뭇잎이 우수수 질 때도, 날려가고 남은 구릿빛 잎들이 산비탈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걸 볼 때도 마음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나마 꽃이란 꽃 다 진 들판에 억새풀 몇 개 남아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흔들리며 서 있어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나무는 나뭇잎을 다 잃어버린 채 빈 가지만으로 서 있고, 들에는 꽃이 없습니다. 강에는 새들도 떠나고 없고, 주위에는 따뜻한 말을 건네 오는 벗이 없습니다.




.


살얼음이 얼면서 아침이면 땅도 얼어붙고 우리들의 마음도 얼어붙습니다. 삭막해지는 풍경 속에서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도 쓸쓸히 살아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65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733
2627 꿈은 춤이다 바람의종 2012.06.13 8140
2626 지란 지교를 꿈꾸며 中 - 유안진 바람의종 2008.01.16 8139
2625 더 넓은 공간으로 바람의종 2012.11.22 8131
2624 「쌍둥이로 사는 일」(시인 길상호) 바람의종 2009.07.14 8127
2623 가장 작은 소리, 더 작은 소리 바람의종 2012.10.30 8114
2622 희망의 발견 바람의종 2009.06.17 8112
2621 그 꽃 바람의종 2013.01.14 8111
2620 이야기가 있는 곳 風文 2014.12.18 8108
2619 solomoon 의 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17대 대선 특별판) 바람의종 2007.12.20 8107
2618 인생 기술 바람의종 2013.01.21 8107
2617 벽을 허물자 바람의종 2008.11.29 8105
2616 조화로움 風文 2015.07.08 8098
2615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 유안진 風磬 2006.12.01 8094
2614 바람의종 2012.02.02 8091
2613 '굿바이 슬픔' 윤안젤로 2013.03.05 8089
2612 "일단 해봐야지, 엄마" 風文 2014.12.24 8089
2611 한 모금의 기쁨 風文 2015.08.05 8076
2610 '홀로 있는 영광' 바람의종 2012.10.29 8075
2609 「그 부자(父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바람의종 2009.05.20 8074
2608 사사로움을 담을 수 있는 무한그릇 바람의종 2008.02.03 8068
2607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바람의종 2008.07.09 8062
2606 '나는 내가 바꾼다'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8 8061
2605 진실한 사랑 바람의종 2008.02.11 8060
2604 나그네 바람의종 2007.03.09 8056
2603 큰일을 낸다 바람의종 2012.09.11 805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