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4 01:56
봄은 소리 없이 옵니다. - 도종환 (140)
조회 수 6527 추천 수 16 댓글 0
봄은 소리 없이 옵니다.
겨우내 언 나뭇가지에 내려와 온종일 그 나무의 살갗을 쓰다듬으면서도 봄 햇살은 말이 없습니다. 메마를 대로 메마른 나무 둥치에 내려 나무의 살 속으로 들어가려다 저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자 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와 기어코 단단한 각질 아래로 스며들어가면서도 봄비는 조용합니다. 나무의 속을 적시고 새순을 키워 껍질 밖으로 밀어내면서도 봄비는 비명소리 한 번 지르지 않습니다.
웅크린 몸을 좀처럼 펴지 못하고 있는 꽃봉오리를 입김으로 조금씩 열어 내면서도 봄바람은 쇳소리를 내는 법이 없습니다. 두려워하며 눈을 감고 있는 봉오리마다 찾아가 감싸고 다독이고 쓰다듬으며 꽃이 되게 하는 봄 햇살, 봄비, 봄바람은 늘 소리 없이 움직입니다.
혼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바람이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햇살이 몸을 데워 주며 빗방울이 실핏줄을 깨워 주고 흙이 흔들리는 몸을 붙잡아 주어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입니다. 꽃 한 송이 속에는 그래서 자연의 온갖 숨결이 다 모여 있고 우주의 수 없는 손길이 다 내려와 있습니다. 그걸 꽃이 제일 먼저 알기 때문에 조용할 줄 아는 것입니다. 시끄럽거나 요란하지 않고 모든 꽃이 다소곳할 줄 아는 것입니다. 아름답게 피었다가 저를 꽃으로 있게 해 준 자연의 품으로, 우주의 구극(究極) 속으로 말없이 돌아갈 줄 아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피는 꽃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꽃을 발견할 뿐입니다. 살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꽃 한 송이를 둘러싼 우주의 모든 생명들이 오랜 세월 그 꽃과 함께 존재하고 일하고 움직이면서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것입니다. 억겁의 인연이 그 속에 함께 모여 꽃과 함께 나고 살고 아파하고 기뻐하며 살아 있는 것입니다.
겨우내 언 나뭇가지에 내려와 온종일 그 나무의 살갗을 쓰다듬으면서도 봄 햇살은 말이 없습니다. 메마를 대로 메마른 나무 둥치에 내려 나무의 살 속으로 들어가려다 저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자 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와 기어코 단단한 각질 아래로 스며들어가면서도 봄비는 조용합니다. 나무의 속을 적시고 새순을 키워 껍질 밖으로 밀어내면서도 봄비는 비명소리 한 번 지르지 않습니다.
웅크린 몸을 좀처럼 펴지 못하고 있는 꽃봉오리를 입김으로 조금씩 열어 내면서도 봄바람은 쇳소리를 내는 법이 없습니다. 두려워하며 눈을 감고 있는 봉오리마다 찾아가 감싸고 다독이고 쓰다듬으며 꽃이 되게 하는 봄 햇살, 봄비, 봄바람은 늘 소리 없이 움직입니다.
혼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바람이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햇살이 몸을 데워 주며 빗방울이 실핏줄을 깨워 주고 흙이 흔들리는 몸을 붙잡아 주어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입니다. 꽃 한 송이 속에는 그래서 자연의 온갖 숨결이 다 모여 있고 우주의 수 없는 손길이 다 내려와 있습니다. 그걸 꽃이 제일 먼저 알기 때문에 조용할 줄 아는 것입니다. 시끄럽거나 요란하지 않고 모든 꽃이 다소곳할 줄 아는 것입니다. 아름답게 피었다가 저를 꽃으로 있게 해 준 자연의 품으로, 우주의 구극(究極) 속으로 말없이 돌아갈 줄 아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피는 꽃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꽃을 발견할 뿐입니다. 살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꽃 한 송이를 둘러싼 우주의 모든 생명들이 오랜 세월 그 꽃과 함께 존재하고 일하고 움직이면서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것입니다. 억겁의 인연이 그 속에 함께 모여 꽃과 함께 나고 살고 아파하고 기뻐하며 살아 있는 것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3841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2843 |
2623 | 감동과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 | 風文 | 2023.02.11 | 264 |
2622 | 감동하는 것도 재능이다 | 바람의종 | 2010.11.19 | 3715 |
2621 | 감미로운 고독 | 風文 | 2019.08.22 | 664 |
2620 | 감사 훈련 | 風文 | 2022.01.09 | 241 |
2619 | 감사 훈련 | 風文 | 2023.11.09 | 387 |
2618 | 감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 바람의종 | 2011.04.01 | 4422 |
2617 | 감정을 적절히 드러내는 법 | 風文 | 2021.10.09 | 345 |
2616 | 감정이 바닥으로 치달을 땐 | 風文 | 2020.05.02 | 484 |
2615 | 감춤과 은둔 | 風文 | 2015.08.20 | 10559 |
2614 | 감탄하는 것 | 바람의종 | 2012.04.11 | 5054 |
2613 | 갑자기 25m 자라는 대나무 | 바람의종 | 2012.01.13 | 5928 |
2612 | 갑자기 눈물을 터뜨린 30대 남성 | 風文 | 2020.05.22 | 716 |
2611 | 강해 보일 필요가 없다 | 바람의종 | 2009.04.25 | 5480 |
2610 | 같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 | 바람의 소리 | 2007.08.31 | 8588 |
2609 | 개 코의 놀라운 기능 | 바람의종 | 2008.05.08 | 8632 |
2608 | 개울과 바다 - 도종환 | 바람의종 | 2008.07.21 | 9109 |
2607 | 개울에 물이 흐르다 | 바람의종 | 2009.08.27 | 5307 |
2606 | 개척자 | 바람의종 | 2011.02.10 | 4118 |
2605 |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 바람의종 | 2009.09.21 | 5500 |
2604 | 갱년기 찬가 | 風文 | 2022.12.28 | 351 |
2603 | 거기에서 다시 일어서라 | 風文 | 2019.08.16 | 649 |
2602 | 거룩한 나무 | 風文 | 2021.09.04 | 197 |
2601 | 거울 선물 | 風文 | 2019.06.04 | 573 |
2600 | 거울 속의 흰머리 여자 | 風文 | 2023.08.22 | 1649 |
2599 | 거울과 등대와 같은 스승 | 風文 | 2022.05.23 | 3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