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4 01:56
봄은 소리 없이 옵니다. - 도종환 (140)
조회 수 6542 추천 수 16 댓글 0
봄은 소리 없이 옵니다.
겨우내 언 나뭇가지에 내려와 온종일 그 나무의 살갗을 쓰다듬으면서도 봄 햇살은 말이 없습니다. 메마를 대로 메마른 나무 둥치에 내려 나무의 살 속으로 들어가려다 저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자 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와 기어코 단단한 각질 아래로 스며들어가면서도 봄비는 조용합니다. 나무의 속을 적시고 새순을 키워 껍질 밖으로 밀어내면서도 봄비는 비명소리 한 번 지르지 않습니다.
웅크린 몸을 좀처럼 펴지 못하고 있는 꽃봉오리를 입김으로 조금씩 열어 내면서도 봄바람은 쇳소리를 내는 법이 없습니다. 두려워하며 눈을 감고 있는 봉오리마다 찾아가 감싸고 다독이고 쓰다듬으며 꽃이 되게 하는 봄 햇살, 봄비, 봄바람은 늘 소리 없이 움직입니다.
혼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바람이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햇살이 몸을 데워 주며 빗방울이 실핏줄을 깨워 주고 흙이 흔들리는 몸을 붙잡아 주어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입니다. 꽃 한 송이 속에는 그래서 자연의 온갖 숨결이 다 모여 있고 우주의 수 없는 손길이 다 내려와 있습니다. 그걸 꽃이 제일 먼저 알기 때문에 조용할 줄 아는 것입니다. 시끄럽거나 요란하지 않고 모든 꽃이 다소곳할 줄 아는 것입니다. 아름답게 피었다가 저를 꽃으로 있게 해 준 자연의 품으로, 우주의 구극(究極) 속으로 말없이 돌아갈 줄 아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피는 꽃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꽃을 발견할 뿐입니다. 살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꽃 한 송이를 둘러싼 우주의 모든 생명들이 오랜 세월 그 꽃과 함께 존재하고 일하고 움직이면서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것입니다. 억겁의 인연이 그 속에 함께 모여 꽃과 함께 나고 살고 아파하고 기뻐하며 살아 있는 것입니다.
겨우내 언 나뭇가지에 내려와 온종일 그 나무의 살갗을 쓰다듬으면서도 봄 햇살은 말이 없습니다. 메마를 대로 메마른 나무 둥치에 내려 나무의 살 속으로 들어가려다 저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자 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와 기어코 단단한 각질 아래로 스며들어가면서도 봄비는 조용합니다. 나무의 속을 적시고 새순을 키워 껍질 밖으로 밀어내면서도 봄비는 비명소리 한 번 지르지 않습니다.
웅크린 몸을 좀처럼 펴지 못하고 있는 꽃봉오리를 입김으로 조금씩 열어 내면서도 봄바람은 쇳소리를 내는 법이 없습니다. 두려워하며 눈을 감고 있는 봉오리마다 찾아가 감싸고 다독이고 쓰다듬으며 꽃이 되게 하는 봄 햇살, 봄비, 봄바람은 늘 소리 없이 움직입니다.
혼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바람이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햇살이 몸을 데워 주며 빗방울이 실핏줄을 깨워 주고 흙이 흔들리는 몸을 붙잡아 주어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입니다. 꽃 한 송이 속에는 그래서 자연의 온갖 숨결이 다 모여 있고 우주의 수 없는 손길이 다 내려와 있습니다. 그걸 꽃이 제일 먼저 알기 때문에 조용할 줄 아는 것입니다. 시끄럽거나 요란하지 않고 모든 꽃이 다소곳할 줄 아는 것입니다. 아름답게 피었다가 저를 꽃으로 있게 해 준 자연의 품으로, 우주의 구극(究極) 속으로 말없이 돌아갈 줄 아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피는 꽃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꽃을 발견할 뿐입니다. 살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없습니다. 꽃 한 송이를 둘러싼 우주의 모든 생명들이 오랜 세월 그 꽃과 함께 존재하고 일하고 움직이면서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것입니다. 억겁의 인연이 그 속에 함께 모여 꽃과 함께 나고 살고 아파하고 기뻐하며 살아 있는 것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3937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2882 |
2623 | 누군가의 웃음 | 風文 | 2022.05.18 | 584 |
2622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 風文 | 2022.05.18 | 397 |
2621 |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 風文 | 2022.05.18 | 377 |
2620 | '평생 교육'이 필요한 이유 | 風文 | 2022.05.18 | 405 |
2619 | 자녀의 팬(fan)이 되어주는 아버지 | 風文 | 2022.05.17 | 559 |
2618 | 아침에 일어날 이유 | 風文 | 2022.05.17 | 496 |
2617 | 자기 느낌 포착 | 風文 | 2022.05.17 | 669 |
2616 | 스토리텔링(Story Telling)과 스토리두잉(Story Doing) | 風文 | 2022.05.17 | 716 |
2615 | 늙는 것에 초연한 사람이 있을까 | 風文 | 2022.05.16 | 661 |
2614 | 사람들이랑 어울려봐요 | 風文 | 2022.05.16 | 494 |
2613 | 왜 '지성'이 필요한가 | 風文 | 2022.05.16 | 367 |
2612 | 공감 | 風文 | 2022.05.16 | 397 |
2611 | 혼돈과 어둠의 유혹 | 風文 | 2022.05.12 | 474 |
2610 | 미세먼지가 심해졌을 때 | 風文 | 2022.05.12 | 381 |
2609 | 평화롭다. 자유롭다. 행복하다 | 風文 | 2022.05.12 | 591 |
2608 | 저절로 좋은 사람 | 風文 | 2022.05.12 | 421 |
2607 | 말실수 | 風文 | 2022.05.11 | 573 |
2606 | 자기 인생을 공유하는 사람들 | 風文 | 2022.05.11 | 556 |
2605 | 책임을 지는 태도 | 風文 | 2022.05.11 | 609 |
2604 | 행복의 치유 효과 | 風文 | 2022.05.11 | 527 |
2603 | 상대와 눈을 맞추라 | 風文 | 2022.05.10 | 462 |
2602 | 자글자글 주름을 펴주는 명약 | 風文 | 2022.05.10 | 598 |
2601 | '우산 쓴 시각 장애인을 보신 적 있으세요?' | 風文 | 2022.05.10 | 559 |
2600 | 맘껏 아파하고 슬퍼하세요 | 風文 | 2022.05.10 | 354 |
2599 | 사랑도 기적이다 | 風文 | 2022.05.10 | 4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