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8 14:24

참는다는 것 / 도종환

조회 수 8367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참는다는 것 / 도종환




남도에 꽃구경 갔다가 오는 길에 어느 절에 들렀습니다. 신라시대에 인도로부터 불법이 들어왔음을 알려주는 이 절 마당에는 봄풀 사이에 자잘한 봄맞이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꽃이 주는 기운으로 절 마당은 따뜻하였습니다. 봄기운을 담뿍 받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법어 몇 말씀 적힌 오래된 게시물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이 진실한 참음이요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의 참음이다. 자기보다 약한 이의 허물을 기꺼이 용서하고, 부귀와 영화 속에서 겸손하고 절제하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수행의 덕이니 원망을 원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성내는 사람 속에서도 마음을 고요히 가질 것이며 남들이 모두 악행한다고 가담하지 말라. 강한 자 앞에서 참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고,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다."
  
  『아함경』에도 나오는 이 말씀을 한번 읽고 지나치기 아까워 몇 번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기 어려운 것까지 참는 것이 진실하게 참는 것이라고 가르치십니다.
  
  강한 자 앞에서는 말도 못하고 꾹 참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불 같이 화를 내는 우리들은 얼마나 비겁한 사람들입니까.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기로 하였습니다. 아니 그냥 참기보다 허물을 용서하고 절제할 줄 아는 것 또한 그를 위한 일이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내 마음을 불같은 원망과 분노로 태우지 않고 고요하고 평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일은 상대방보다 나에게 더 득이 되는 일입니다.
  
  꽃 구경 절 구경 갔다가 귀한 말씀까지 얻어오니 참으로 복 받은 봄날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31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153
2627 한 송이 사람 꽃 風文 2023.11.22 469
2626 80대 백발의 할머니 風文 2023.08.28 470
2625 억지로라도 밝게 웃자 風文 2020.05.05 471
2624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2. 근심,불안 風文 2021.09.03 471
2623 짧은 치마, 빨간 립스틱 風文 2022.01.29 471
2622 사랑하는 사람은 안 따진다 風文 2022.12.12 471
2621 피의 오염, 자연 치유 風文 2019.06.19 472
2620 막힌 것은 뚫어라 風文 2019.08.16 472
2619 상대와 눈을 맞추라 風文 2022.05.10 472
2618 처음 손을 잡았던 날 風文 2022.05.30 472
2617 속으론 울고 있어도... 風文 2019.06.10 473
2616 파도치는 삶이 아름답다 風文 2023.10.13 473
2615 단도적입적인 접근이 일궈낸 사랑 風文 2022.08.21 474
2614 재능만 믿지 말고... 風文 2023.05.30 474
2613 자기 마음부터 항복하라 風文 2019.06.21 475
2612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風文 2019.08.07 475
2611 신앙으로 다시 서는 사람들 風文 2021.09.05 476
2610 '평생 교육'이 필요한 이유 風文 2022.05.18 476
2609 작은 긁힘 風文 2019.08.07 477
2608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 風文 2022.05.09 477
2607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 風文 2023.04.19 477
2606 밥 하는 것도 수행이다 風文 2019.06.21 479
2605 '그래, 그럴 수 있어' 風文 2019.08.16 479
2604 54. 성 風文 2021.10.14 480
2603 한 달에 다섯 시간! 風文 2022.02.05 48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