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1 15:57

참새와 죄수

조회 수 9715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참새와 죄수

 로보트 스트라우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살인범으로 캔자스 주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성질이 포악한데다가 무뚝뚝하고 사교성이 없었던 그는 동료 죄수들과 자주 싸움을 벌여 교도관들에게 미움을 받았습니다. 어느날, 그는 어머니가 집에서 2천 마일이나 떨어진 교도소로 면회를 왔으나 교도관이 핑계를 대면서 자신을 만나지 못 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버트는 식사 도중에 그 교도관과 다툼을 벌이다, 곤봉으로 머리를 치려는 그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 일로 교수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사형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어머니는 백악관으로, 토머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부인을 찾아가 사형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눈물로 사정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결국 로버트는 교수형을 받기 수일전에 가까스로 무기형으로 감형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을 때까지 독방에서 살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의 의미가 있을 리 없었습니다. 자살도 여러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은 살아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하루 15분 간의 운동 시간을 감방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다가 기운이 없어 울지도 못하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가여운 생각에 감방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바퀴벌레를 잡아서 먹이는 등의 지극한 간호 끝에 참새는 건강을 회복하여 날아가고, 그에게는 대신 카나리아 한 쌍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로버트는 모든 정성을 다해 그 카나리아를 번식 시켜 다른 감방에서도 새를 키우게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새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교도소에 비치된 관련 서적들을 밤새워 읽고, 어머니에게 부탁하여 각종 약품을 들여보내도록 했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험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그는그 질병의 정체와 치료법이 무엇인지 밝혀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가 박사 학위는커녕 초등학교 3학년을 겨우 끝낸 무식쟁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의 인간 승리는 <캔자스 시티 스타>라는 일간지에 크게 실리면서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신문 기사를 보고 면회 온 여인과 결혼하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그는 차후에 책을 써서 세계적인 새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무기형만은 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방안에서 하는 일 없이 그제 세월만 보냈다면 세계적인 조류 학자로서의 로버트 스트라우드는 없었을 것입니다.

  - 안의정님의 '마음을 열면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중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263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1519
2619 책을 '먹는' 독서 風文 2023.09.07 546
2618 책 한 권의 혁명 風文 2017.12.06 2789
2617 찾습니다 바람의종 2013.01.28 7636
2616 창조적인 삶 바람의종 2008.12.06 6307
2615 창조의 순간 바람의종 2011.02.12 4814
2614 창조력 風文 2019.08.17 590
2613 창조 에너지 風文 2014.11.24 7383
2612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178
2611 창의적으로 요청하라 - 미네소타 적십자의 표어 風文 2022.10.01 266
2610 창밖의 눈 바람의종 2013.01.25 8703
» 참새와 죄수 바람의종 2008.02.21 9715
2608 참는다는 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4.28 8344
2607 참기름 장사와 명궁 바람의종 2008.01.28 7729
2606 참 좋은 글 - 도종환 (83) 바람의종 2008.10.20 6432
2605 찰떡궁합 바람의종 2009.07.06 5558
2604 찬란한 슬픔의 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09 8321
2603 착한 사람 정말 많다 風文 2014.11.29 9074
2602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바람의종 2010.05.12 4776
2601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風文 2019.08.10 497
2600 차근차근 바람의종 2010.11.25 3539
2599 차가워진 당신의 체온 바람의종 2013.01.21 7293
2598 차가운 손 바람의종 2009.12.01 6357
2597 차 맛이 좋아요 風文 2022.12.14 339
2596 째깍 째깍 시간은 간다 윤안젤로 2013.06.15 13070
2595 짧은 휴식, 원대한 꿈 바람의종 2011.08.05 62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