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0 16:31
저녁 무렵 - 도종환 (79)
조회 수 8220 추천 수 14 댓글 0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우리는 일을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직 열정과 설렘과 뜨거움으로만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삶으로 사랑하기도 하고 정으로 사랑하며 살기도 합니다.
생에 있어서 감동의 기억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개인과 사회를 밀고 가는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가 감동입니다. 그러나 벅찬 감동으로 서로를 끌어안던 날이 있지만 감동이 영원히 우리를 밀고 가는 건 아닙니다. 감동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난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 인생입니다.
늘 뜨거운 감동과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일만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뜨겁던 날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나날의 삶이 있는 겁니다.
잎이 다 지고 세상이 황량하게 바뀌고 있는 걸 보면서도 떠나야 하는 길이 있고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면서도 멈추지 말고 찾아가야 할 땅이 있는 겁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7891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6972 |
2652 | 출발 시간 | 바람의종 | 2009.02.03 | 7106 |
2651 | 불과 나무 - 도종환 (126) | 바람의종 | 2009.02.04 | 6188 |
2650 | 엄마의 주름 | 바람의종 | 2009.02.06 | 5398 |
2649 | 자작나무 - 도종환 (127) | 바람의종 | 2009.02.06 | 8847 |
2648 | 소개장 | 바람의종 | 2009.02.08 | 5552 |
2647 | 디테일을 생각하라 | 바람의종 | 2009.02.09 | 4542 |
2646 | 불타는 도시, 서울을 바라보며 - 도종환 (128) | 바람의종 | 2009.02.09 | 5564 |
2645 | 아,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요 (129) | 바람의종 | 2009.02.12 | 4575 |
2644 | 오늘 결정해야 할 일 | 바람의종 | 2009.02.12 | 5514 |
2643 | 천천히 걷기 | 바람의종 | 2009.02.12 | 6823 |
2642 | 천애 고아 | 바람의종 | 2009.02.13 | 7383 |
2641 | 겨울 나무 - 도종환 (130) | 바람의종 | 2009.02.14 | 9203 |
2640 | 스트레스 | 바람의종 | 2009.02.14 | 5408 |
2639 | 상상력 | 바람의종 | 2009.02.17 | 6634 |
2638 | 흐린 하늘 흐린 세상 - 도종환 (131) | 바람의종 | 2009.02.17 | 7690 |
2637 | 젊어지고 싶으면 사랑을 하라! | 바람의종 | 2009.02.18 | 5853 |
2636 |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 도종환 (132) | 바람의종 | 2009.02.18 | 6498 |
2635 | 이글루 | 바람의종 | 2009.02.19 | 6202 |
2634 | 악덕의 씨를 심는 교육 - 도종환 (133) | 바람의종 | 2009.02.20 | 6731 |
2633 | 이런 사람과 사랑하세요 | 바람의종 | 2009.02.21 | 6663 |
2632 | 가난한 집 아이들 | 바람의종 | 2009.03.01 | 6971 |
2631 | 바람 부는 날 | 바람의종 | 2009.03.01 | 5829 |
2630 | 마음의 온도 | 바람의종 | 2009.03.01 | 5280 |
2629 | 몸 따로 마음 따로 | 바람의종 | 2009.03.01 | 4505 |
2628 | 아빠의 포옹 그리고 스킨십 | 바람의종 | 2009.03.01 | 54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