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3. 지식 버리기

  <가짜를 버리고, 자신의 지혜를, 자신의 이해를 일으켜라.>

  위대한 학자 나로빠가 깨닫기 전의 일이다. 그때 나로빠는 학생수가 만 명이나 되는 큰 대학의 부총장이었다. 그날 나로빠는 제자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온통 경전들과 귀한 책들이 가득하였다. 마침 깜빡 잠이 든 나로빠는 어떤 비젼을 보았는데, 전혀 꿈같진 않은 생생한 것이었다. 비젼이었다. 아주 늙고 추하기 짝이 없는 마녀같이 징그러운 노파가 나타났는데, 너무도 추하여서 나로빠는 몸서리를 쳤다. 마녀같은 노파가 기괴한 입으로 말하기를,

  <나로빠,뭘 하고 있소?>
  나로빠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공부하고 있소>
  <철학, 종교, 인식론, 어학, 논리학 또...>
  <나로빠, 그걸 죄다 이해하시오?>
  <... 그렇소. 모두 이해합니다만>
  <낱말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뜻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노파의 눈빛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로빠는 자신이 완전히 발가벗겨 지는 걸 느꼈다.
  <낱말을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귀같은 노파가 춤을 추며 노랠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파의 징그럽게 추한 모습이 점점 변해가더니 아주 아리따운 모습이 나타나는 거였다. 그걸 보고 나로빠는 얼른 생각했다. "이 여자를 더 행복하게 해줘야지. 더욱 즐겁게" 나로빠는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또 그 뜻도 이해합니다>
  아리따운 모습으로 변해가던 여인이 돌연 노래를 그치고 춤도 멈추었다. 그러더니 슬프게 울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은 다시 추하게 일그러져 갔고 마침내는 전보다 훨씬 더 추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나로빠는 당황하여 물었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나로빠, 그대가 거짓말을 안 하는 훌륭한 하자여서 난 행복했는데, 이제 거짓말을 했으니 슬퍼서 그러오. 나나 그대나 아는바이지만, 그대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지 않던가요>

  순간 비젼이 사라져 갔고 나로빠는 꿈을 깨듯 퍼뜩 눈을 떴다. 나로빠는 이미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는 그 길로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책에 손대지 않았다. 그는 "안"것이다.

  지혜로운 자, 이해하는 자는 언제나 새롭다. 언제나 향기롭다. 뜻을 이해하는 자는 아름다워지고, 말만 이해하는 자는 추해진다. 추해라, 말들은. 아름다워라, 뜻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43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277
2727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2. 영적 공동체 風文 2020.05.28 619
2726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9. 한가운데에 있기 風文 2020.06.17 688
2725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8. 명상 風文 2020.06.16 687
2724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7 . 깨어있기 風文 2020.06.15 613
2723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6. 모방 風文 2020.06.11 747
2722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5. 약점 風文 2020.06.10 717
2721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4. 믿음 風文 2020.06.09 591
»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3. 지식 버리기 風文 2020.06.08 652
2719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2. 수용성 관리자 2020.06.07 679
2718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1. 평범성 風文 2020.06.06 512
2717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0. 가치 風文 2020.06.05 515
2716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3. 깨달음 風文 2020.05.29 847
2715 큰 뜻 바람의종 2010.08.10 4365
2714 큰 돌, 작은 돌 바람의종 2010.02.02 5565
2713 큐피드 화살 風文 2014.11.24 7879
2712 쾌감 호르몬 風文 2023.10.11 437
2711 콩 세 알을 심는 이유 바람의종 2009.09.18 6107
2710 콧노래 윤안젤로 2013.06.03 13761
2709 코앞에 두고도... 風文 2013.08.19 13682
2708 커피 한 잔의 행복 風文 2013.08.20 17335
2707 칼국수 風文 2014.12.08 9089
2706 카프카의 이해: 먹기 질서와 의미 질서의 거부 바람의종 2008.08.19 8635
2705 카지노자본주의 - 도종환 (98) 바람의종 2008.11.26 6668
2704 카오스, 에로스 風文 2023.05.12 443
2703 칫솔처럼 風文 2014.11.25 735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