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2. 수용성

  <해답 구하기를 딱 멈춰 보라.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라. 풀고, 기다리고, 좋은 때를 가져보라>

  한 철학자가 선승을 찾아와서 붓다와 명상과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헐떡이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승이 말하기를,

  <객이 몹시 지쳐 보이는구려. 이 높은 산을 올라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차나 한 잔 하시게>

  철학자는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그의 마음은 온갖 의문들로 들끓었다. 이윽고 주전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고 차 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승은 말하기를,

  <기다리시게. 그리 서둘지 마시게. 혹시 아는가? 차 한 잔 마시노라면 객의 의문들이 싹 풀릴지>

  순간 철학자는 자신이 완전히 헛걸음한 게 아닌 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차 한잔 마신다고 붓다에 대한 내 의문이 어떻게 풀릴 수 있단 말야?' 그러나 그는 너무 지쳐 있으니 차나 한 잔 받아 마시고 산을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생각했다. 이윽고 선승이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기울였다. 찻잔이 가득차고 넘치는데도 선승은 계속 붓는 거였다. 잔 받침대까지 가득 찼다. 한 방울만 더 따르면 마룻바닥으로 넘쳐 흐를 지경이었다. 철학자가 외쳤다.

  <그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잔이 넘치고 받침대까지 넘치는게 안 보이십니까?>

  선승이 말하기를,

  <아항, 객의 모양이 꼭 이렇지. 객의 마음이 꼭 이렇게 의문들로 그득해서 내가 뭘 말해 줘도 들어갈 틈이 없지. 도리어 내가 한 마디라도 해주면 객의 의문들은 넘쳐 흘러 물바다를 이룰 게야. 이 오두막이 객의 의문들로 가득 찰 테지. 돌아가시게. 객의 잔을 싹 비워 가지고 다시 오시게. 우선 객의 속 안에 조금이라도 빈 틈을 내시게>

  이 선승은 그래도 봐줘 가며 하느니, 나한테 오면 어림도 없다. 난 빈 잔도 허락지 않는다. 잔 자체를 박살 내버릴 것이다. 아무리 비워도 잔은 다시 차기 마련이니까. 그대가 아예 있질 않아야 만이 차를 따를 수 있다. 그렇다. 그대가 아예 있질 않으면 차를 따를 필요조차 없다. 아예 있지를 말라. 그러면 모든 존재가 온갖 차원, 온 방향에서 그대의 없음으로 부어질 테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97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915
2723 기품 바람의종 2008.11.26 8415
2722 카지노자본주의 - 도종환 (98) 바람의종 2008.11.26 6654
2721 십일월의 나무 - 도종환 (99) 바람의종 2008.11.26 6225
2720 손을 잡아주세요 바람의종 2008.11.27 4768
2719 에너지 언어 바람의종 2008.11.28 6766
2718 벽을 허물자 바람의종 2008.11.29 8076
2717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1) - 도종환 (100) 바람의종 2008.11.29 6107
2716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2) - 도종환 바람의종 2008.12.06 6281
2715 오송회 사건과 보편적 정의 - 도종환 (102) 바람의종 2008.12.06 7133
2714 겨울기도 - 도종환 (103) 바람의종 2008.12.06 6505
2713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바람의종 2008.12.06 5611
2712 내면의 어린아이 바람의종 2008.12.06 5773
2711 창조적인 삶 바람의종 2008.12.06 6332
2710 사랑할수록 바람의종 2008.12.06 7756
2709 인생 마라톤 바람의종 2008.12.06 5498
2708 대수롭지 않은 것의 힘 바람의종 2008.12.06 4488
2707 배려 바람의종 2008.12.08 5811
2706 겨울 준비 - 도종환 (104) 바람의종 2008.12.08 6500
2705 응원 바람의종 2008.12.09 6213
2704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어 바람의종 2008.12.09 4670
2703 한 해의 마지막 달 - 도종환 (105) 바람의종 2008.12.10 5341
2702 대추 바람의종 2008.12.10 5417
2701 생긋 웃는 얼굴 바람의종 2008.12.11 4985
2700 "용기를 잃지 말고 지독하게 싸우십시오!" 바람의종 2008.12.12 5897
2699 4.19를 노래한 시 - 도종환 (106) 바람의종 2008.12.12 70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