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2. 수용성

  <해답 구하기를 딱 멈춰 보라.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라. 풀고, 기다리고, 좋은 때를 가져보라>

  한 철학자가 선승을 찾아와서 붓다와 명상과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헐떡이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승이 말하기를,

  <객이 몹시 지쳐 보이는구려. 이 높은 산을 올라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차나 한 잔 하시게>

  철학자는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그의 마음은 온갖 의문들로 들끓었다. 이윽고 주전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고 차 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승은 말하기를,

  <기다리시게. 그리 서둘지 마시게. 혹시 아는가? 차 한 잔 마시노라면 객의 의문들이 싹 풀릴지>

  순간 철학자는 자신이 완전히 헛걸음한 게 아닌 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차 한잔 마신다고 붓다에 대한 내 의문이 어떻게 풀릴 수 있단 말야?' 그러나 그는 너무 지쳐 있으니 차나 한 잔 받아 마시고 산을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생각했다. 이윽고 선승이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기울였다. 찻잔이 가득차고 넘치는데도 선승은 계속 붓는 거였다. 잔 받침대까지 가득 찼다. 한 방울만 더 따르면 마룻바닥으로 넘쳐 흐를 지경이었다. 철학자가 외쳤다.

  <그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잔이 넘치고 받침대까지 넘치는게 안 보이십니까?>

  선승이 말하기를,

  <아항, 객의 모양이 꼭 이렇지. 객의 마음이 꼭 이렇게 의문들로 그득해서 내가 뭘 말해 줘도 들어갈 틈이 없지. 도리어 내가 한 마디라도 해주면 객의 의문들은 넘쳐 흘러 물바다를 이룰 게야. 이 오두막이 객의 의문들로 가득 찰 테지. 돌아가시게. 객의 잔을 싹 비워 가지고 다시 오시게. 우선 객의 속 안에 조금이라도 빈 틈을 내시게>

  이 선승은 그래도 봐줘 가며 하느니, 나한테 오면 어림도 없다. 난 빈 잔도 허락지 않는다. 잔 자체를 박살 내버릴 것이다. 아무리 비워도 잔은 다시 차기 마련이니까. 그대가 아예 있질 않아야 만이 차를 따를 수 있다. 그렇다. 그대가 아예 있질 않으면 차를 따를 필요조차 없다. 아예 있지를 말라. 그러면 모든 존재가 온갖 차원, 온 방향에서 그대의 없음으로 부어질 테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87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849
2723 정신 건강과 명상 風文 2022.02.04 410
2722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風文 2022.02.10 410
2721 삶의 조각 風文 2019.08.28 411
2720 소설 같은 이야기 風文 2022.01.09 411
2719 도를 가까이하면 이름 절로 떨쳐지니 風文 2023.01.11 411
2718 카오스, 에로스 風文 2023.05.12 411
2717 행간과 여백 風文 2023.05.17 411
2716 가만히 안아줍니다 風文 2021.10.09 412
2715 오, 라듐 오, 퀴리 風文 2021.09.02 413
2714 버섯이 되자 風文 2023.01.03 413
2713 '살아남는 지식' 風文 2023.05.12 413
2712 소리가 화를 낼 때, 소리가 사랑을 할 때 風文 2021.11.10 414
2711 따뜻한 맛! 風文 2022.12.16 414
2710 목화씨 한 알 風文 2020.05.03 415
2709 인생이라는 파도 風文 2022.01.29 415
270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7。1。 風文 2023.11.11 415
2707 몸과 마음의 '중간 자리' 風文 2022.05.31 416
2706 사랑에는 새드엔드(Sad End)가 없다 風文 2019.08.12 417
2705 '그냥, 웃는 얼굴'이 좋다 風文 2022.01.15 417
2704 무심하게 구는 손자손녀들 風文 2022.02.08 417
2703 '사랑의 열 가지 방법'을 요청하라, 어리다고 우습게 보지 말아라 風文 2022.10.11 417
2702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 風文 2023.04.03 417
2701 엄마를 닮아가는 딸 風文 2022.04.28 418
2700 9. 아테나 風文 2023.10.18 418
2699 가족간의 상처 風文 2019.08.14 4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