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503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아침에는 비가 오다 낮에는 눈발이 몰아치다 하더니 하루 종일 가랑눈 오락가락합니다. 겨울이 되었습니다. 마당에 땔나무를 가지러 나가려다가 목도리를 두르고 목장갑을 찾아 낍니다.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몸도 마음도 긴장하게 되는데, 마종기 시인은 「겨울기도 1」이라는 시에서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나만 추워 떠는 게 아니라 이불이 얇은 많은 사람들은 다들 시린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걸 생각하라는 뜻이겠지요. 어떻게 따뜻하게 지낼까 하는 생각만을 하지 말고 가난한 채로 겨울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추운 삶을 받아드리라는 뜻이겠지요. 더 따듯한 곳에 살지 못하는 걸 불평하지 말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이 있다는 걸 고마워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밖에는 눈이 쌓이는데 오늘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있게 하는 하신 "당신의 긴 뜻"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우리 인생의 여러 계절을 주관하시는 그분은 우리에게 겨울을 보내 늘 조급해하고 동동거리며 사는 우리가 무얼 더 깨달아야 한다고 하신 걸까요?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294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1857
2719 기품 바람의종 2008.11.26 8400
2718 카지노자본주의 - 도종환 (98) 바람의종 2008.11.26 6647
2717 십일월의 나무 - 도종환 (99) 바람의종 2008.11.26 6220
2716 손을 잡아주세요 바람의종 2008.11.27 4754
2715 에너지 언어 바람의종 2008.11.28 6762
2714 벽을 허물자 바람의종 2008.11.29 8066
2713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1) - 도종환 (100) 바람의종 2008.11.29 6099
2712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2) - 도종환 바람의종 2008.12.06 6268
2711 오송회 사건과 보편적 정의 - 도종환 (102) 바람의종 2008.12.06 7113
» 겨울기도 - 도종환 (103) 바람의종 2008.12.06 6503
2709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바람의종 2008.12.06 5601
2708 내면의 어린아이 바람의종 2008.12.06 5764
2707 창조적인 삶 바람의종 2008.12.06 6312
2706 사랑할수록 바람의종 2008.12.06 7734
2705 인생 마라톤 바람의종 2008.12.06 5488
2704 대수롭지 않은 것의 힘 바람의종 2008.12.06 4475
2703 배려 바람의종 2008.12.08 5801
2702 겨울 준비 - 도종환 (104) 바람의종 2008.12.08 6477
2701 응원 바람의종 2008.12.09 6202
2700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어 바람의종 2008.12.09 4662
2699 한 해의 마지막 달 - 도종환 (105) 바람의종 2008.12.10 5304
2698 대추 바람의종 2008.12.10 5403
2697 생긋 웃는 얼굴 바람의종 2008.12.11 4978
2696 "용기를 잃지 말고 지독하게 싸우십시오!" 바람의종 2008.12.12 5880
2695 4.19를 노래한 시 - 도종환 (106) 바람의종 2008.12.12 704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