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886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스페인 유모어」(시인 민용태)        2009년 6월 4일_스물여섯번째





 





우리는 노래로 밤을 지새우지만 스페인이나 중남미 라틴계 사람들은 서로 유모어 들려 주기로 밤을 새운다. 스페인 유모어에는 잘하는 사람이 따로 없다. 더러 입담이 좋아 인기 있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손짓 발짓 써가며 웃음을 퍼내기로는 울려도 순서도 없다. 소리 크고 입 크면 단연 주인공!


 


스페인 작가 고메스 세르나는 마드리드 유모어의 특징으로 “팝콘처럼 팍팍 터지는 웃음 도구”라는 말을 한다. 영국 유모어처럼 씹고 되씹어 봐야 웃음이 나는 "블랙 유모어"가 아니다. 들으면 금방 웃음이 터지는 “팝콘” 같은 웃음 장치란다.


 


그렇다고 물론 스페인이나 중남미에 깊고 고상한 유모어가 없는 건 아니다.예를 들어, "인생이란 무엇인가?" 해답은 "산파가 장의사에게 보내는 소포!" 어떤가? 그냥웃고 넘기기에는 의미심장하지 않는가.


 


그러나 역시 팝콘 같은 유모어가 스페인식이다. 스페인 어나 불어로 "뚜, 뛰tu)" 하면 "너"라는 뜻이다. 한 학생이 여학생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계속 통화 중이다. 신경질 난 학생이 참다 못해 전화통에 분풀이를 한다 : "이 병신 같은 전화가…" 그때 떨어진 전화기가 신호음을 낸다 : "뚜, 뚜, 뚜… (너, 너, 너야… 병신은)"


 


구라파 어디나 그렇지만 스페인에서도 주말이나 너도 나도 없이 모두 시가지 밖 야외로 나간다. 고속도로마다 나가는 차들이 붐벼서 곳곳마다 병목이다. 이럴 때일수록 차 뒷좌석에 있는 아이녀석들은 답답해서 더 미칠 지경이다. 괜시리 운전하고 있는 아빠에게, "빠빠, 삐삐, 삐삐…"하면서 조른다. 스페인어로 "삐삐(pipi)는 아이들 말로 오줌 눈다는 뜻. 이 말은 아이들  말로 "아빠, 나 쉬 마려, 쉬…"라는 소리.운전하다가 성질이 날 대로 난 아빠는, "까야오스(시끄러!)!" 소리친다.길이 꽉꽉 막혔는데  지금 쉬할 데가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고속도로에서 한참 고생을 한 뒤에 마침내 시골길로 들어선다. 지금까지 아버지 꾸지람에 말도 못하고 뒷구석에 박혀 있는 아이들에게 드디어 사면이 주어진다 : "그래, 여기는 한가하니까 아무데서나 가 누어!" 그 말에 쏜살같이 뛰어나간 아들 딸아이가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길에다 실례를 한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큰 짐차가 달려오다가 길 한가운데서 실례를 하고 있는 이들을 발견하고 클랙슨을 누른다 : "삐삐이, 삐삐…" 이 소리를 듣고 아직 일을 덜 끝낸 딸아이가 두 손으로 뒷치마를 움켜쥐고 쪼그려 앉아 말한다 : "삐삐, 노. 까까…" 여기서 "까까(caca)"는 아이들 말로 "똥눈다"라는 뜻이다. 클랙슨의 "삐삐…" 소리를 "너 오줌 누니?"로 들은 딸아이, 천진하게 치마를 움켜쥐고 급한 현 상황을 알렸던 것. 우선 천진한 그 여자아이의 다급한 모습을 상상해보라 :  "삐삐, 노! 까까…"


 


이런 말 때문에 처음 스페인을 찾은 우리 교포 아주머니가 백화점에서 혼쭐이 난 일이 있다.  여자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 우연히 과자점들을 지나게 되었다. 우리 여자아이가 과자가 먹고 싶어 엄마에게, "엄마, 까까, 까까…" 하며 졸랐다. 시간이 바빠 미처 딸아이의 요구를 들어 줄 겨를이 없던 엄마는 뜻밖의 황당한 일을 당해야 했다. 백화점의 여직원들이 갑자기 그 여자아이를 납치해서 달아났던 것. 소리 소리지르며 내 아이 내놓으라고 여직원들을 붙들고, 여직원들은 여자아이를 억지로 화장실로 끌어가고…


 


이미 앞에서 배워서 알겠지만, 스페인 어로 "까까"는 "똥 마려워!"이다. 우리 아이는 과자가 먹고 싶다고 "엄마 까까…" 했지만, 여직원들 귀에는 "맘마, 까까…(엄마 똥 마려워)"로 들렸던 것. 이 매정한 동양 어머니가 딸 똥 마렵다는 소리도 못 들은 척 쇼핑만 하니까 여직원들 스스로 긴급 동원령을 발동한 것.














■ 필자 소개


 




민용태(시인)


1943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다. 한국외대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메넨데스 펠라요 국제대학, 한국외대,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고려대 명예 교수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566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4602
2727 「광진이 형」(시인 김두안) 바람의종 2009.07.06 7836
2726 「그 모자(母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바람의종 2009.05.28 6045
2725 「그 부자(父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바람의종 2009.05.20 8054
2724 「그녀 생애 단 한 번」(소설가 정미경) 바람의종 2009.06.09 10040
2723 「긴장되고 웃음이 있고 재미있으며 좀 가려운」(소설가 성석제) 바람의종 2009.05.12 7708
2722 「내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요」(시인 조용미) 바람의종 2009.07.10 7819
2721 「내 이름은 이기분」(소설가 김종광) 바람의종 2009.06.09 8419
2720 「누구였을까」(소설가 한창훈) 바람의종 2009.06.12 5246
2719 「니들이 고생이 많다」(소설가 김이은) 바람의종 2009.07.29 7486
2718 「똥개의 노래」(소설가 김종광) 바람의종 2009.06.09 6569
2717 「만두 이야기_1」(시인 최치언) 바람의종 2009.07.09 6978
2716 「만두 이야기_2」(시인 최치언) 바람의종 2009.07.10 6494
2715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바람의종 2009.06.23 6146
2714 「바람에 날리는 남자의 마음」(소설가 성석제) 바람의종 2009.05.15 9258
2713 「밥 먹고 바다 보면 되지」(시인 권현형) 바람의종 2009.06.25 8664
2712 「부모님께 큰절 하고」(소설가 정미경) 바람의종 2009.06.10 6600
2711 「비명 소리」(시인 길상호) 바람의종 2009.07.15 7483
2710 「사랑은 아무나 하나」(시인 이상섭) 바람의종 2009.08.11 7854
2709 「성인용품점 도둑사건」(시인 신정민) 바람의종 2009.07.17 9040
2708 「세상에 없는 범죄학 강의」(시인 최치언) 바람의종 2009.07.08 7607
» 「스페인 유모어」(시인 민용태) 바람의종 2009.06.09 7886
2706 「신부(神父)님의 뒷담화」(시인 유종인) 바람의종 2009.08.01 6217
2705 「쌍둥이로 사는 일」(시인 길상호) 바람의종 2009.07.14 8119
2704 「엉뚱스러운 문학교실」(시인 김종태) 바람의종 2009.07.06 7781
2703 「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바람의종 2009.06.26 742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