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4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45. 미룸 

  <미래에의 만족을 뒤쫓는다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인가. 지금 여기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한 게 없으니, 미루지 말라>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로 가는 길에 디오게네스를 먼났다. 한겨울의 아침 나절이었다. 바람이 찼다. 디오게네스는 강둑의 모래 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영혼은 세속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알렉산더는 그의 모습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경외스런 어투로 말을 건넸다.
  <선생...>
  알렉산더는 난생 처음으로 "선생"이란 말을 쓴 것이었다.
  <선생, 난 당신한테 단번에 감동하였소이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 뭔가 해드려야 겠소이다. 뭘 해드리면 좋겠소?>
  디오게네스가 말하기를,
  <아 조금만 옆으로 비켜 서주셨으면 합니다. 햇빛을 가리고 계시니. 그뿐입니다>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신에게 청할 것이요. 이번엔 알렉산더가 아니라 디오게네스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말하기를,
  <누가 감히 대왕의 길을 막겠습니까? 대왕께선 지금 어디로 가시지요? 여러 달 동안 군대가 이동하는 걸 보았습니다... 대왕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무슨 일로 가십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세계를 정복하러 인도로 가는 길이오>
  디오게네스가 묻기를,
  <그런 다음에 뭘 하시렵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그야 편히 쉬어야지요>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말하기를,
  <대왕께선 참 어리석소이다! 난 지금 쉬고 있질 않습니까. 난 세계를 정복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필요성조차 못 느끼지만 지금 아주 편안히 쉬고 있소이다. 대왕께서 정말 편히 쉬고 싶다면 지금 당장 왜 그리 못하십니까? 편히 쉬기 전에 먼저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고 누가 그럽디까? 대왕께 말해 두지만 지금 당장 편히 쉬지 못하신다면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오. 대왕께선 결코 세계를 정복하지 못하실 겁니다... 대왕께선 여행 중에 죽게 될 것이오. 그리고 딴 많은 사람들도>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그 충고를 마음 깊이 간직해 두겠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길을 멈출 순 없었다. 그는 정말 여행 중에 목숨을 잃었다. 길에서 죽은 것이다. 그 후 이상한 얘기가 전해 내려 왔는데, 디오게네스도 알렉산더가 죽던 그날 똑같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신에게로 가는 길에 강을 건너다가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몇 발짝 뒤에 디오게네스가 보였다. 아 아름다운 사람. 알렉산더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창피를 무릎쓰고 외쳤다.
  <이거 또 만나게 되었구려. 황제와 거지가 말요>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그렇군요. 한데 당신은 뭔가 오해하고 있소. 누가 거지고 누가 황제인지 모르는 것 같소. 나는 삶을 완전히 살고 누렸으므로 신을 만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신을 만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나조차도 볼 줄 모르지 않소. 당신은 내 눈조차 들여다 볼 줄 모르오. 당신으 삶은 완전히 헛된 것이었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843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7691
2727 버섯이 되자 風文 2023.01.03 542
2726 나를 버린 친모를 생각하며 風文 2023.02.16 542
2725 '내가 왜 사는 거지?' 風文 2023.06.08 542
2724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風文 2019.08.07 543
2723 세르반테스는 왜 '돈키호테'를 썼을까 風文 2022.01.29 543
2722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風文 2023.08.24 543
2721 급체 風文 2019.08.07 544
2720 회의 시간은 1시간 안에 風文 2023.01.19 544
2719 첫눈에 반한 사랑 風文 2023.04.16 544
2718 아직은 '내 아이'다 風文 2019.08.26 545
2717 하나만 아는 사람 風文 2023.04.03 545
271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2.1 風文 2023.04.20 545
2715 위대한 인생 승리자 風文 2023.11.14 545
2714 '디제스터'(Disaster) 風文 2020.05.03 546
2713 사람 만드는 목수 風文 2023.11.09 546
2712 엄마를 닮아가는 딸 風文 2022.04.28 547
2711 '나'는 프리즘이다 風文 2023.03.02 548
2710 내 옆에 천국이 있다 風文 2019.06.19 548
2709 작은 긁힘 風文 2019.08.07 548
2708 튼튼한 사람, 힘없는 사람 風文 2023.01.04 548
2707 왜 '지성'이 필요한가 風文 2022.05.16 549
2706 일기가 가진 선한 면 風文 2022.05.26 549
2705 독일의 '시민 교육' 風文 2023.08.21 549
2704 금은보화보다 더 값진 것 風文 2019.08.27 550
2703 일단 해보기 風文 2022.06.04 5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