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509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아침에는 비가 오다 낮에는 눈발이 몰아치다 하더니 하루 종일 가랑눈 오락가락합니다. 겨울이 되었습니다. 마당에 땔나무를 가지러 나가려다가 목도리를 두르고 목장갑을 찾아 낍니다.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몸도 마음도 긴장하게 되는데, 마종기 시인은 「겨울기도 1」이라는 시에서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나만 추워 떠는 게 아니라 이불이 얇은 많은 사람들은 다들 시린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걸 생각하라는 뜻이겠지요. 어떻게 따뜻하게 지낼까 하는 생각만을 하지 말고 가난한 채로 겨울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추운 삶을 받아드리라는 뜻이겠지요. 더 따듯한 곳에 살지 못하는 걸 불평하지 말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이 있다는 걸 고마워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밖에는 눈이 쌓이는데 오늘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있게 하는 하신 "당신의 긴 뜻"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우리 인생의 여러 계절을 주관하시는 그분은 우리에게 겨울을 보내 늘 조급해하고 동동거리며 사는 우리가 무얼 더 깨달아야 한다고 하신 걸까요?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69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539
2727 기품 바람의종 2008.11.26 8421
2726 카지노자본주의 - 도종환 (98) 바람의종 2008.11.26 6675
2725 십일월의 나무 - 도종환 (99) 바람의종 2008.11.26 6230
2724 손을 잡아주세요 바람의종 2008.11.27 4780
2723 에너지 언어 바람의종 2008.11.28 6767
2722 벽을 허물자 바람의종 2008.11.29 8082
2721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1) - 도종환 (100) 바람의종 2008.11.29 6113
2720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2) - 도종환 바람의종 2008.12.06 6290
2719 오송회 사건과 보편적 정의 - 도종환 (102) 바람의종 2008.12.06 7138
» 겨울기도 - 도종환 (103) 바람의종 2008.12.06 6509
2717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바람의종 2008.12.06 5619
2716 내면의 어린아이 바람의종 2008.12.06 5778
2715 창조적인 삶 바람의종 2008.12.06 6372
2714 사랑할수록 바람의종 2008.12.06 7766
2713 인생 마라톤 바람의종 2008.12.06 5503
2712 대수롭지 않은 것의 힘 바람의종 2008.12.06 4493
2711 배려 바람의종 2008.12.08 5817
2710 겨울 준비 - 도종환 (104) 바람의종 2008.12.08 6504
2709 응원 바람의종 2008.12.09 6219
2708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어 바람의종 2008.12.09 4675
2707 한 해의 마지막 달 - 도종환 (105) 바람의종 2008.12.10 5348
2706 대추 바람의종 2008.12.10 5425
2705 생긋 웃는 얼굴 바람의종 2008.12.11 5002
2704 "용기를 잃지 말고 지독하게 싸우십시오!" 바람의종 2008.12.12 5902
2703 4.19를 노래한 시 - 도종환 (106) 바람의종 2008.12.12 707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