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1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2차대전 중에 열대 밀림 한복판에 있던 일본군의 포로수용소에는 늘 짙은 어둠이 가득했습니다. 전기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지독한 무더위와 살인적인 배고픔 때문에 포로들의 얼굴에는 이미 검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식량이 거의 공급되지 않았던 수용소에서 쥐를 잡아먹었다면 큰 행운이라고 부러움을 받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수용소 안에 먹을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인으로 가방 깊숙한 곳에 양초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절친한 단 한 명의 포로에게 그 양초가 가장 위급할 때 중요한 식량이 될 것이라면서 이같은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친구에게도 꼭 나눠주리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 고백을 들은 포로는 그 뒤부터 혹 친구가 양초를 혼자 다 먹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밤마다 가방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날 한 포로가 서글픈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어느새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군. 내년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낼 수 있었으면......
  그러나 배고픔에 지친 포로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밤, 양초가 든 가방을 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그 포로는 친구가 부시시 일어나 조심스럽게 가방 속에서 양초를 꺼내들자 친구가 자기 혼자만 양초를 먹으려는 줄 알고 놀라서 숨을 죽이고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양초를 꺼내 판자 위에 올려 놓고 숨겨 놓았던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오두막 안이 환해졌습니다. 포로들은 작고 약한 불빛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깨어난 뒤 하나둘 촛불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촛불은 포로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은 없습니다."
  촛불은 활활 타올라 점점 커져서 포로들의 마음까지 비추는 듯했습니다.
  "우리 내년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집에서 보내자구."
  누군가 또 이렇게 말하자 포로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 뒤, 서로의 소원을 얘기했습니다. 그 날 그렇게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던 포로들은 아무도 배가 고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갖지만, 희망은 언제나 실망과 맞붙어 있는 것이어서 실망하게 되면 풀이 죽고 만다. 희망을 질러 나아가고, 잃지 않게 하는 것은 굳센 용기뿐이다. (양계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67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779
2752 도롱뇽의 친구들께 바람의종 2008.11.11 4699
2751 놀이 바람의종 2008.11.11 4879
2750 나는 용기를 선택하겠다 바람의종 2008.11.11 5329
2749 뚜껑을 열자! 바람의종 2008.11.11 5162
2748 친구인가, 아닌가 바람의종 2008.11.11 7598
2747 불은 나무에서 생겨 나무를 불사른다 - 도종환 (92) 바람의종 2008.11.11 5230
2746 "그래, 좋다! 밀고 나가자" 바람의종 2008.11.12 11887
2745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 도종환 (93) 바람의종 2008.11.12 7187
2744 아는 것부터, 쉬운 것부터 바람의종 2008.11.13 5514
2743 사자새끼는 어미 물어죽일 수 있는 용기 있어야 바람의종 2008.11.13 7349
2742 기분 좋게 살아라 바람의종 2008.11.14 7191
2741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바람의종 2008.11.15 5007
2740 가을 오후 - 도종환 (94) 바람의종 2008.11.15 8053
2739 멈춤의 힘 바람의종 2008.11.17 5911
2738 통곡의 집 - 도종환 (95) 바람의종 2008.11.17 7210
2737 영혼의 친구 바람의종 2008.11.18 6586
2736 뼈가 말을 하고 있다 바람의종 2008.11.19 5980
2735 깊은 가을 - 도종환 (96) 바람의종 2008.11.20 7054
2734 다리를 놓을 것인가, 벽을 쌓을 것인가 바람의종 2008.11.20 4582
2733 침묵의 예술 바람의종 2008.11.21 7145
2732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 - 도종환 (97) 바람의종 2008.11.21 7109
2731 이해 바람의종 2008.11.22 6817
2730 상처 난 곳에 '호' 해주자 바람의종 2008.11.24 5180
2729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딛는 용기 바람의종 2008.11.25 6175
2728 돈이 아까워서 하는 말 바람의종 2008.11.26 57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