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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리, 아름다운 마라토너


테리 팍스는 세상을 떠난 지 거의 20년이나 되었지만, 북미 대륙에서 아직도 진정한 영웅으로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승산이 거의 없는 싸움에 기독교 신앙으로 무장한 채 도전하여 마침내 거룩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거둔 인간 승리는 예전에 살았던 그 어떠한 위안에 비해 조금도 못하지 않다는 것이 세상 사람들의 말 입니다.

테리는 유난히 농구를 즐기던 대학생이었습니다. 그의 미래는 온통 장미빛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인지라 그는 열 여덟 살 때 암에 걸렸고, 그 때문에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인 1977년 3월, 그는 뇌리에 번개같이 스치는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불치의 병에 걸렸다고 해서 마냥 다가오는 죽음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캐나다 암협회'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암연구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단된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전장 5천3백 마일이나 되는 캐나다 국토를 뛰어서 관통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성한 사람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물론 암협회는 테리의 편지를 무시했습니다. 그와 가까운 친구들까지도 그 제의에 코웃음을 쳤습니다. 부모님도 물론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테리는 하느님이 자신처럼 약한 사람을 선택하셔서 수많은 사람들이 암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계획을 세우셨다고 굳건히 믿었습니다.테리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보장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온전한 왼쪽 다리로 두 번 가볍게 뛴 후, 의족을 단 오른쪽 다리를 한 번 옮기는 독특한 주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초기에는 하루에 반 마일도 제대로 갈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왕 죽을 거면 이렇게 달리다가 죽자는 각오로 덤벼드니 고통이 점점 사그라드는 것 같았습니다.

8개월이 지나자 하루에 23마일을 거뜬히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를 안쓰럽게 생각한 가족들은 거라지 세일(Garage sale;이사하거나 할 때 자기 집 차고에서 중고,정리품 등을 염가로 판매하는 것)로 약간의 돈을 마련해 주었고, 한동네에 사는 두서너 명의 경영인들도 성금을 약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마라톤이 세상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않았습니다. 테리는 국토 관통 마라톤으로 1백만 달러를 모으겠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면 자신은 비록 죽지만 과학자들이 이 돈으로 연구를 계속하여 훗날 더 많은 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 확고했습니다. 그는 1980년 4월 12일 세인트 존스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절단된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물집이 잡혔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성금이 들어오기는커녕, 경찰당국에서는 교통에 방해가 된다면서 불평을 늘어 놓았습니다. 테리는 쓸쓸해지고 낙담이 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이렇게 달리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뜻에 동참해 주는 사람이 조금은 있겠지, 하는 담담한 마음이었습니다.

퀘벡에 도달했을 때, 뜻하지 않게 미국 시애틀의 한 라디오 방송국이 그와의 인터뷰를 전파에 실어 내보냈습니다. 그런 후, 사람들이 갑자기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언론 기관들이 그의 뒤를 좇기 시작했고, 캐나다 TV 방송국에서는 앞을 다투어 테리의 주행을 매일 저녁 뉴스 시간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 시민들은 그에 관한 뉴스가 보도되면 일손을 놓고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테리가 사막과 같은 캐나다의 황량한 벌판을 의족을 끌고 혼자서 외롭게 뛰어가는 모습은 가정에서 TV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다리의 통증은 날로 심해지고 고통이 가장되었지만, 그는 그만두라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테리는 토론토에 도착했습니다. 몹시 따가운 날씨임에도 1만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수로 그를 맞아주었습니다. 전국에서 성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9월 1일 온타리오의 선더베이에 도착한 테리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을 느끼면서 쓰러졌습니다. 급히 앰블랜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곳에서 암이 폐에까지 번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테리의 마라톤은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가 달린 거리는 무려 총 3천3백39마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테리의 마라톤은 실패가 아닌 대성공이었습니다. 성금은 그가 목표했던 1백만 달러의 27배나 되는 2천7백만 달러나 모아졌습니다. 그는 그 소식을 듣고 비몽사몽간에도 몹시 기뻐하면서 살다 가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1981년 6월 28일 테리는 스물두 살의 아까운 나이로 눈을 감았습니 다. 전국에 조기가 걸리고 국민들은 눈물을 뿌렸습니다. 피에르 트루드 수상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테리 팍스는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애도했습니다.

테리가 마라톤을 그만두어야 했던 선더베이에는 그가 달리는 모습을 조각한 동상이 서 있습니다. 그는 갔지만 그의 이름은 캐나다와 미국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 안의정님의  '마음을 열면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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