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478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 가톨릭 신부가 있었다. 그는 신에 대한 헌신이 깊었으며 아름다운 기도를 하기로 이름이 났다. 어느날 밤 그가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를 드리는데 바깥에서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름날 논과 습지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마치 합창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개구리들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져서 기도를 드릴 수 없게 된 신부는 화가 나서 창밖을 향해 소리쳤다.

"조용히 해, 개구리들아! 내가 지금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단말야!" 신부는 오랫동안 수행을 쌓았고 영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명령을 듣자 개구리들이 당장에 울음을 그쳤다. 또한 다른 벌레들도 겁을 먹고 소리를 죽였다. 주위가 고요해지고 신부는 다시금 한껏 경건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마음안에 어떤 눈부신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바로 신이었다.

신부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여 신이 자기에게 나타난 것에 대해 황홀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신이 신부에게 말했다. "불쌍한 신부여, 나는 조금전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이 나에게 드리는 기도를 듣고 있었다. 모처럼 개구리들의 순수한 기도에 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너의 욕망과 바람을 나열하는 그 순수하지 못한 주문으로 내 귀를 어지럽히기 위해서 개구리들을 침묵하게 했다." 신부는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눈을 뜨고 창밖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개구리들아, 다시 울어라." 그러자 개구리들은 다시금 한여름밤의 별빛 아래서 목청껏 '신에의 기도'를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신부는 그 개구리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이 우주의 알 수 없는 조화를 느끼게 되고 생애 최초로 그는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류시화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53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405
102 부처님 말씀 / 도종환 윤영환 2008.05.14 6031
101 지하철에서 노인을 만나면 무조건 양보하라 바람의종 2008.05.22 7483
100 로마시대의 원더랜드, ‘하드리아누스의 빌라’ 바람의종 2008.05.22 13218
99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라 바람의종 2008.05.22 6854
98 내가 행복한 이유 바람의종 2008.05.13 5039
97 개 코의 놀라운 기능 바람의종 2008.05.08 8644
96 원초적인 생명의 제스처, 문학 바람의종 2008.05.06 8714
95 시간은 반드시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바람의종 2008.04.29 7546
94 마음으로 소통하라 바람의종 2008.04.25 5593
93 교환의 비밀: 가난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바람의종 2008.04.22 6529
92 행복한 농사꾼을 바라보며 바람의종 2008.04.22 8438
91 아배 생각 - 안상학 바람의종 2008.04.17 6459
90 행운에 짓밟히는 행복 바람의종 2008.04.16 8111
89 행복한 미래로 가는 오래된 네 가지 철학 바람의종 2008.04.16 7935
88 소를 보았다 바람의종 2008.04.11 9278
87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학교 바람의종 2008.04.11 5943
86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바람의종 2008.04.09 18448
85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행복해지는 법 바람의종 2008.04.02 8595
84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091
83 오늘을 위한 아침 5분의 명상 바람의종 2008.03.20 8432
82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422
81 문학대중화란 - 안도현 바람의종 2008.03.15 6448
80 고백할게 바람의종 2008.03.14 8525
79 세상을 사는 두 가지의 삶 바람의종 2008.03.14 7473
78 대학생의 독서 바람의종 2008.03.13 692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