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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톨릭 신부가 있었다. 그는 신에 대한 헌신이 깊었으며 아름다운 기도를 하기로 이름이 났다. 어느날 밤 그가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를 드리는데 바깥에서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여름날 논과 습지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마치 합창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개구리들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져서 기도를 드릴 수 없게 된 신부는 화가 나서 창밖을 향해 소리쳤다.

"조용히 해, 개구리들아! 내가 지금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단말야!" 신부는 오랫동안 수행을 쌓았고 영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명령을 듣자 개구리들이 당장에 울음을 그쳤다. 또한 다른 벌레들도 겁을 먹고 소리를 죽였다. 주위가 고요해지고 신부는 다시금 한껏 경건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마음안에 어떤 눈부신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바로 신이었다.

신부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여 신이 자기에게 나타난 것에 대해 황홀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신이 신부에게 말했다. "불쌍한 신부여, 나는 조금전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이 나에게 드리는 기도를 듣고 있었다. 모처럼 개구리들의 순수한 기도에 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너의 욕망과 바람을 나열하는 그 순수하지 못한 주문으로 내 귀를 어지럽히기 위해서 개구리들을 침묵하게 했다." 신부는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눈을 뜨고 창밖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개구리들아, 다시 울어라." 그러자 개구리들은 다시금 한여름밤의 별빛 아래서 목청껏 '신에의 기도'를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신부는 그 개구리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이 우주의 알 수 없는 조화를 느끼게 되고 생애 최초로 그는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류시화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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