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6.09 10:26

촛불의 의미 / 도종환

조회 수 7728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촛불의 의미 / 도종환




촛불은 자신을 태워서 제가 서 있는 자리만큼을 밝히는 아주 작은 불입니다. 그런데 그 촛불이 옆으로 번져서 수많은 이들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촛불은 어둠 속에서 그저 제 발걸음 정도만을 밝히는 불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촛불을 들고 나오니 촛불이 세상을 밝게 바꾸는 빛이 되고 있습니다. 촛불은 자신에 집중하게 하는 불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촛불은 공동의 선을 향해 밖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촛불은 횃불의 열기와 뜨거움과 가열찬 불꽃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횃불보다 작고 여리고 미미해 보이는 촛불이 횃불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함성과 집단적 결의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화톳불처럼 크고 야무진 나무들이 타면서 내는 불도 아닙니다. 그러나 화톳불보다 더 뜨거운 온기를 나누어주고 있고 그 주위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사서의 하나인 『대학』에 보면 『대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명덕(明德)을 밝히는 것, 백성을 친애하는 것 혹은 새롭게 하는 것, 최고의 선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지식인들이 『대학』을 배우면서 당연히 가져야 할 도리만을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밝은 덕을 밝히는 사회, 백성을 친애하는 사회, 최고의 선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촛불 안에 이런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은 자신을 밝게 밝히는 불입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불이며 국민을 새롭게 바꾸는 불입니다. 그러면서 공공선, 지극히 선한 공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타고 있는 불입니다. 겸손하게 자신을 밝히는 데서 출발하여 시대가 가야 할 방향을 밝히는 빛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촛불은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먼저 들었던 불입니다. 참으로 여리고 티 없고 발랄하고 순수한 목소리들이 모여 붙인 불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밝은 불입니다. 그 불을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걸어 나와 이어 받아 들고 있습니다. 제 발로 걸어 나온 시민들의 촛불 물결은 그 어떤 정치적 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세상을 밝고 경쾌하게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 촛불, 쉽게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55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579
169 평화의 촛불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54
168 개울과 바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9098
167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201
166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891
165 온화한 힘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520
164 물음표와 느낌표 바람의종 2008.07.21 7630
163 용서 바람의종 2008.07.19 6472
162 사과 바람의종 2008.07.18 6394
161 벌주기 바람의종 2008.07.16 6241
160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바람의종 2008.07.12 6266
159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바람의종 2008.07.09 8006
158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바람의종 2008.07.09 6803
157 이장님댁 밥통 외등 바람의종 2008.07.04 8751
156 얼굴빛 바람의종 2008.07.03 6440
155 雨中에 더욱 붉게 피는 꽃을 보며 바람의종 2008.07.01 7692
154 빈 병 가득했던 시절 바람의종 2008.06.27 5951
153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바람의종 2008.06.24 7622
152 여린 가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3 7701
151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8948
150 목민관이 해야 할 일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1 7094
149 우산 바람의종 2008.06.19 7139
148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바람의종 2008.06.13 6991
147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바람의종 2008.06.11 7945
146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 바람의종 2008.06.11 5585
» 촛불의 의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09 77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Next
/ 121